"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다." (2017년 9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성명)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 (2022년 11월 2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아무리 미국이나 남한이 밉기로서니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공식적인 담화에서까지 비속어 등 상스러운 말을 마구 내뱉는 걸 보면 품위란 게 있나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대표적인 북한전문기자로 활동했던 최선영 전 연합뉴스 기자는 이를 북한 특유의 '욕설 외교'로 풀이하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을 거치며 대적 관념이 국가정체성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분석했다.
김일성대학을 졸업하고 북한에서도 기자생활을 했던 그가 최근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제출한 석사논문 '북한의 국가정체성과 욕설 외교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에서다.
북한이 항일투쟁, 6·25전쟁, 남북분단, 북미갈등을 겪으며 적을 증오하고, 적과 무자비하게 싸워야 한다고 정립한 대적 관념이 최고지도부의 입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체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선대인 김일성, 김정일이 권력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거친 언사로 대적 관념 설파에 앞장섰듯이 김정은과 김여정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봤다.
적에게는 욕을 하게 만드는 대적 관념은 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심어진다.
북한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비속어를 쓰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적에 대해선 예외다. 유치원에서부터 적을 '놈'으로 부르라 하고, 초·중학교에서도 '미국놈 대가리' '왜놈의 모가지' 등 원색적 표현으로 적개심을 내재화하는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최 전 기자는 "북한은 남한과 미국, 일본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대적 관념을 사회구성원들 속에 확대 재생산하면서 국가적 일체성을 확립해갔다"며 "이것이 욕설까지 동원하는 특유의 외교 행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