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이 사적으로 주고받은 통화의 내용을 방송에 내보낸 KBS가 최대한 절제된 내용만 기사로 다뤘다면서 해당 보도가 고인의 사망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KBS는 12일 문화예술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성명서에 대한 입장문을 배포해 "작년 11월 24일 이선균씨 마약 투약 혐의 보도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각적인 취재와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관련 내용은 최대한 절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보도에 사용된 녹취는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관련 주장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기에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됐다"면서 "KBS의 보도 시점은 고인이 사망하기 한 달여 전으로 이를 사망 배경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아울러 KBS는 "연대회의가 성명서에 마치 KBS가 이씨 사망 전날(작년 12월 26일)에도 관련 보도를 한 것처럼 언급했지만, KBS 9시 뉴스에서 해당 일자에 관련 보도를 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KBS의 입장은 통화 녹취를 담은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연대회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연대회의는 이날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봉준호 영화 감독, 배우 김의성,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이 돌아가며 성명을 낭독했다.
연대회의는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숨진 사건을 경찰과 언론에 의한 '인격 살인'으로 규정하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아울러 연대회의는 이선균의 사생활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한 KBS 보도를 언급하면서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를 보도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라고 묻고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연대회의는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 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 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행태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