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디톡스’란 게 있다. ‘행복 호르몬’ ‘쾌감 호르몬’으로 불리는 도파민의 분비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을 뜻한다. 도파민 분비를 줄이면 우울해지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 등에 탐닉해 비슷한 자극이 반복될수록 뇌는 쾌감을 얻으려고 더 많은 자극을 찾는다. 이른바 중독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의사들이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금단증상이나 일상생활의 어려움, 충동조절장애 등과 같은 중독 현상으로도 이어질 수가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정보를 접하고 자극을 받았기 때문일까. 한 누리꾼이 한 달 동안 도파민 디톡스를 실천해봤다.
최근 디시인사이드 불교 갤러리에 올라온 ‘한 달간 모든 쾌락을 끊어본 후기’란 제목의 게시물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게시물에서 글쓴이는 ‘이불 정리’-‘명상’-‘헬스+찬물 샤워’-‘아이디어 루틴+체크 리스트+아침 일기’-‘동기 부여 유튜브 시청’-‘업무’-‘벤치마킹+시장조사’-‘유튜브 촬영+편집+업로드’-‘책 읽기’-‘블로그 포스팅’으로 이어지는 일과를 한 달 동안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1일 1식’, ‘유튜브 금지’, ‘자세 바로 앉기’, ‘금연’, ‘금욕’을 상시 준수했다고 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한 달간 했다. 자위도 안 하고 게임, 유튜브, 디시인사이드, 술·담배, 인스턴트 음식을 전부 끊고 1일 1식을 했다. 심지어 영화와 노래도 끊었다”라고 말했다.
글쓴이의 몸과 마음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는 “한 달 전과 비교해 확실히 영적으로 성숙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라면서 “마음에 평정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보니 하는 일이 잘 안 풀렸을 때도, 지인이 시비를 걸 때도, 재수 없는 일이 닥쳐도 한 달 동안 화를 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라면서 “‘나는 쾌락을 절제한다’, ‘곧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있으며 사물과 사사로운 감정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는 정체성이 자리잡히니까 정말로 그런 태도로 세상을 대하게 됐다”고 했다.
글쓴이는 “집착을 내려놓으니까, 즉 욕구를 버리니까 역설적으로 원했던 일들이 전부 잘되더라”라며 “가장 좋았던 건 집중을 하는 그 자체의 행위에서 행복을 느끼게 됐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한 누리꾼이 “일상의 여러 소소한 쾌락을 맛보면서 ‘역시 이 맛이지’ 하는 생각은 안 들었나”라고 묻자 글쓴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전에는 쾌락을 맛보면 더 큰 쾌락을 찾으면서 주체할 수 없게 나태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그런데 이후에는 쾌락을 인지하고 경계하고 다시 (쾌락을 느끼기 전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것으로 프로세스가 바뀌더라. 쾌락보다 더 행복하다는 걸 경험해봤으니까.”
글쓴이 글은 캡처 형식으로 주요 에펨코리아 등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4'가 올해 키워드로 '도파밍'(도파민을 추구하는 현상)을 선정하는 등 도파민 중독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