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털다가 8층서 추락한 여자입니다... 내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

2024-01-12 17:18

하반신 마비인데...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서 ‘등급 외’ 판정
“대학병원도 보험회사도 장애라는데... 왜 국가만 인정하지 않나”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제작한 AI 이미지.

“이 나라 국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제 권리가 있긴 한 걸까요?”

이불을 털다가 8층에서 추락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은 여성이 장애등급심사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아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나섰다.

1983년생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누리꾼 A 씨는 11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도와주세요… 너무 억울합니다’란 글을 올려 국민연금공단이 자신에게 장애 판정을 내리지 않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는 2012년도 10월 29일 발생했다. 이불을 털다 8층에서 떨어졌다. 장기가 손상되고 척추, 다리, 꼬리뼈가 골절됐다. 하반신 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후 A 씨 삶은 악몽이 됐다.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합니다. 대소변도 스스로 가리지 못해 기계를 이용해 소변을 보고 대변을 엄마가 받아내야 합니다. 요양보호사인 엄마가 대변을 다 파내줍니다. 대학병원에서 대소변 관련 영구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설사를 할 때면 변이 흐르는 감각이 없어서 꼭 귀저귀를 착용하고 다녀야 합니다.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제겐 삶의 질 따윈 사치였습니다. 하반신 마비로 걸을 수도 마음껏 움직일 수도 없는 몸이 된 데 대해서도 병원에서 장애진단을 받았습니다.”

설상가상 신경손상으로 인해 CRPS(복합부위통증증후군)까지 발병했다. CRPS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문제는 국민연금공단이 A 씨에 대한 장애등급심사에서 등급 외 판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장애는 있지만 장애인은 아니다'라고 판정한 셈이다. 등급 외 판정을 받으면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그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할당 고용제) 대상도 될 수 없다.

A 씨는 “발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할 때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이후 여러 차례 대학병원에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아 장애등급심사를 다시 받았지만 근력이 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등급 외 판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대학병원이 1, 2급에 해당하는 장애진단을 내리고 보험회사까지 장애를 인정해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줬음에도 국민연금공단만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 씨는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심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가 직접 환자 상태를 검사하고 판정해야 하는데 10년이란 시간 동안 단 한 차례도 의사 진료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장애등급심사를 받으려면 대학병원에서 400만~600만원이 드는 장애진단을 받아야 한다”라면서 “몇백만 원짜리 장애진단을 받을 힘도 경제적인 능력도 이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다치기 전 나는 건설회사 의무실 간호사여서 병원 시스템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라면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내 권리가 있긴 한 것일까”라고 물했다.

A 씨는 엄마가 폐암에 걸렸다면서 “오랫동안 나를 돌보며 나보다 아파하고 억울해 한 엄마가 나 때문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암에 걸린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맘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없으면 당장 대소변을 처리해줄 사람도 없다. 내 두 다리가 돼주고 내 전부인 엄마도 잃을까 걱정돼 잠도 잘 수 없는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다. 제발 내 억울함을 알아달라”라고 호소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연합뉴스 자료사진.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