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전 럭비 국가대표 A 씨가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A 씨는 7인제 럭비 종목 국가대표로 2020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인물이다.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피지컬:100’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서울고법 형사9부(전지원 구태회 윤권원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상해) 등 혐의 항소심에서 전 럭비 국가대표 A(32)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징역 7년 실형을 선고했었지만 감형됐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압수 휴대전화 1대 몰수 판결은 그대로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흉기를 휴대해 피해자를 강간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일부 성관계는 강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10개월 넘는 구금 생활 중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촬영물이 외부에 유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2월 2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여자친구 집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협박하고 성폭행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상해), 휴대전화로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A 씨의 범행은 피해자인 여자친구가 도주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A 씨는 강간 등 상해 혐의와 불법 촬영 혐의 등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재물 손괴, 특수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부인했다.
지난해 6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A 씨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반성하고 회개한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은 이른바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속에서 복합적인 감정이 폭발한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져 결과도 중한 경우가 많다"며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구금됐던 A 씨는 2심 재판에서 감형을 받으며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