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옷 등 의류나 인형 등 장난감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고안된 'DIY 뜨개질 키트'에서 심각한 문제가 터졌다.
생식기 발달 장애, 지능 발달 저하, 간·신장 등 신체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구성품 안에서 다량 검출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된 유·아동용 제품 뜨개질 키트 28개를 조사한 결과, 전 제품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키트로 만든 최종 완성품의 주 사용자가 만 13세 이하 어린이일 경우 현행법에 따라 품목별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 후 신고·표시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것이다.
게다가 일부 뜨개질 키트에선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28개 중 총 4개 제품에서 노니페놀, 납,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등이 다량 나왔다.
하나씩 살펴보면 문제가 된 제품(판매처)은 △쫑긋 토끼 크로스백(프롬어스) △램스울 아기 신발(오뜨리꼬) △핸드메이드 비치스 베이비 가디건(주식회사 바늘이야기) △토끼 키링 인형(늘솜그대) 등이다.
'쫑긋 토끼 크로스백', '램스울 아기 신발' 제품 원사에선 기준치 최대 4.3배를 초과하는 노니페놀이 검출됐다.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노니페놀은 장기 노출될 경우 어린이 생식기 발달 장애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기형아 출산, 성조숙증, 무정자증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핸드메이드 비치스 베이비 가디건'의 경우 구성품인 투명 단추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납 성분이 초과 검출됐다. 각각 안전 기준치를 6.6배, 최대 52배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플라스틱 제품의 유연성과 내구성을 향상할 목적으로 쓰는 화학물질로, 장난감이나 의류 등 제품에 사용되곤 있으나, 장기간·고농도 노출 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나 일부 프탈레이트 화합물은 내분비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활동을 해 호르몬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간, 신장, 갑상선, 생식기 건강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납은 뇌, 신경계, 장기 건강에 영향을 준다. 과다 노출 시 지능 발달 저하, 식욕부진, 빈혈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토끼 키링 인형'의 분홍색 방울 코팅 부분에서도 기준치 최대 42배를 초과하는 납이 검출됐다.
소비자원 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미인증 재품 28개를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판매 중지 등 시정 권고를 내렸다.
또한 이 결과를 공유, 관계기관에 뜨개질 키트 제품의 관리·감독 강화를 요청할 계획이다.
소비자원 측은 "어린이 제품 뜨개질 키트 구매 시 반드시 'KC 안전인증마크'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