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도 있으면서…징징거리지 좀 마라” 네티즌 뭇매 쏟아진 한 고교 교사의 신세한탄

2024-01-11 11:17

"업무량 과하다" 블라인드 글에 격한 갑론을박

한 교사가 과한 업무량에 대해 한탄하는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aslysu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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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Farknot Architect-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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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교사 방학 가지고 뭐라 하는 건 평소 업무량을 몰라서 하는 소리임'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더쿠'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당 글을 두고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해당 글에는 고등학교 교사가 자신의 업무량에 대해 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글쓴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징징거린다는 반응과 교사가 겪는 고충을 이해한다는 반응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본인을 고등학교 교사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교행(교육행정)이 '교사 왜 방학에 학교 안 나오냐'라고 해서 써본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단 난 고등학교 교사다. 이 얘기는 중고등 교사에 한정된 얘기다. 교사는 점심 포함 8시간 근무에 방학 석 달 휴가라는데 그건 평소 업무량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소 8시에 출근해서 영어 듣기+자습 30분 매일 시킨다. 수당은 듣기 방송 튼 날만 5000원 나오는데 1년 다 해서 몇십만 원도 안 된다. 일 마치는 시간은 4시 30분~40분 정도인데 여기서 종례하고 필요한 지도, 업무하면 5시 넘는 것은 예사다. 칼퇴근하면서도 노트북 가져가는 경우 많다"라고 자신의 평소 업무를 설명했다.

그는 업무가 이게 끝이 아니라고 했다. 글쓴이가 나열한 기타 업무는 ▲1년에 4번 시험 문제 출제 (보통 일주일 예상) ▲학기마다 교과세특 전교 200명 500자씩 적어야 함 ▲담임은 반 아이들 생기부 행발(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2200자씩 적어야 함 ▲수학여행 수련회 등 몇 박씩 가야 함 ▲학생 진로상담, 생활 문제 발생하면 학생 학부모 상담 등 수시로 함 ▲고3 원서 쓸 때는 한 달 동안 화장실도 못 가서 방광염+변비 걸리고 목 다 쉴 정도로 일함 ▲여기서 한 번씩 학교 감사나 수능 고사장, 공사 등 업무 담당하면 그냥 한동안 죽어남 ▲수업 준비 안 하고 싶어도 학기마다 가르치는 과목과 수능 특강 지문 내용 등 계속 바뀜. 일주일에 진도 4시간 보통 나가는데 한 시간 준비하려면 몇 시간 걸려서 이것도 집에 가져가서 일함 등이다.

그는 "나도 교사하기 전엔 이런 줄 몰랐다. 알았으면 (교사) 안 했을 거다. 엄마가 교사 하라고 해서 했는데 엄마도 가끔 미안해 하신다. 초등은 잘 모르지만 절친이 초등 교사인데 그 친구도 승진 목표로 열심히 사는 친구라 연구 학교 가서 나보다 더 힘들게 살더라. 요즘 시험 문제에 예민하고 생기부도 개별화돼서 교사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예체능 선생님들 제일 부럽다. 이상 방학해서 너무 행복해서 적어본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치열한 갑론을박을 펼쳤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기업 직장인들의 업무 강도에 비하면 '꿀 빠는'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들은 학생을 상대하고 학부모 민원 문제 등으로 감정 소모가 많은 업무 특성상 교사의 노고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많은 '블라인드', '더쿠' 등 온라인 커뮤니티 네티즌들은 "방학까지 있으면서 일을 저 정도밖에 안 한다고? 그런데 심지어 저게 힘들다고 이런 글을 쓴 거라고? 역시 교사 팔자가 제일 부럽네", "95프로 이상 칼퇴한다는 것 자체가 업무량이 뭣도 안 된다는 거지", "평생을 학교에서만 보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사시네요.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타회사랑 많이 만나면서 먹고 살기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이런 글 쓸 생각을 안 합니다"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들도 "확실히 교사들이 어린 학생들이랑 지내서 그런지 좀 순진하다. 세상 물정 모른다고 하면 좀 욕 같지만 아무튼 교사 공직 생활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 진짜 잘 모르는 느낌. 본인 업무 저렇게 숫자 매겨가며 나열하면 저 정도도 안 나오는 직업이 어디 있다고…"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블라인드', '더쿠' 등 온라인 커뮤니티 네티즌들은 "서로 몰라서 그런다고 하자", "월급 적고 퇴직금 없고…무엇보다 요즘은 감정 노동이 진짜 심각하다. 교사 보호가 하나도 안 되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말 못 하지", "오~ 언제는 교사 복지 챙겨주자고 하더니 이젠 별일 아닌데 징징댄다고? ㅋㅋ" 등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현직 교사라는 한 '더쿠' 네티즌은 "고등학교 교사고 20호봉인데 담임 안 하니까 실수령 300 안 됨. 나는 직장 생활하다가 나중에 교사를 한 케이스인데 첫해에는 매일 퇴근하자마자 뻗음. 기 다 빨려서. 하루에 수업이 5시간이면 최소 100명을 상대해야 하는 거. 그리고 저기에 담당 업무 얘기는 따로 없네? 다들 각자의 행정 업무 따로 있고 학기 중이나 방학 중에 방과후도 있음. 연차 수당 없음. 하지만 학기 중에 연차 거의 못 씀"이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뭐가 더 힘들다고 말할 순 없는데 교사도 만만한 거 아니야. 다들 방학 있다는 사실 하나로 너무 후려침"이라며 억울해 했다.

home 한소원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