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난 지 보름이 넘게 지나도록 사고 버스가 소속된 수원여객에서는 유족에게 사과는커녕 연락조차 없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지난해 12월 22일 1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수원역 환승센터 버스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A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울분을 토했다.
A씨의 70대 어머니는 그날 오후 1시 26분께 경기 수원시 수원역 2층 환승센터 승강장에 서 있다가 30-1번 시내버스에 치여 숨을 거뒀다.
당시 그의 어머니는 화성시 자택에서 수원시 소재 병원으로 피부과 진료를 받으러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평소와 다름없이 외출했던 어머니가 한순간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A씨는 속절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사고 이후 보름이 넘게 지나도록 A씨와 가족들은 소중한 어머니이자 아내, 할머니를 잃은 슬픔에 하루하루 힘들어하고 있다.
A씨는 "어머니를 잃고 장례를 치르는 내내 하루도 눈물로 지새우지 않은 날이 없다"며 "작별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가장 소중한 어머니를 떠나보낸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겠느냐"고 황망해 했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 사고 버스가 소속된 운수업체인 수원여객의 대응이 유족의 슬픔과 원통함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무고한 시민 여러 명이 죽거나 다치는 큰 사고가 벌어졌는데도 수원여객이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전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재해에 가까운 사고가 났는데도 지금까지 수원여객은 한 번도 유족에게 연락하거나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하는 등 사죄의 뜻을 보인 적이 없었다"며 "하다못해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근조 화환을 전하지도 않았는데, 이를 보면 수원여객은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A씨는 수원여객이 사고를 낸 버스 기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도의적으로 책임을 함께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런 사고가 나면 유가보조금 등 국민의 세금을 지원받으며 운영되는 버스 운수업체 또한 응당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유족과 부상자들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50대 여성 버스 기사 B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잠시 운전석에서 일어났다가 앉았는데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패달을 밟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본인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 개개인의 진단서를 제출받고 디지털운행기록계(DTG) 분석 기록을 살피는 등 막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만큼 경찰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사실관계 확인 등 대부분의 조사는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며 "곧 사건을 검찰로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