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를 치료하는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됐다고 미국 CNN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위스의 글로벌 제약사 로슈와 미 하버드대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항생제 '조수라발핀'이 항생제 카바페넴에 내성이 있는 카바페넴 다제내성균(Carbapenem-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CRAB)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들의 연구 내용은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CRAB은 폐와 요로, 혈액에 심각한 감염을 일으킨다.
2017년 미국에서 병원 내 감염 8천500여 건과 사망 700여명을 초래, 세계보건기구(WHO)의 중요 내성균 목록 최상단에 올랐다.
CRAB은 또 아시아·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퍼져 세계적으로 중환자실 내 감염 사례의 최대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 미 식품의약청(FDA)에서 지난 50여년간 CRAB을 치료하는 항생제가 승인받은 사례가 전무했다.
2022년 의학저널 랜싯에 실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CRAB이나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과 같은 내성균은 2019년 세계적으로 약 130만명의 사망을 초래,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따른 사망자 약 86만명, 말라리아에 의한 사망자 64만명을 앞섰다.
또한 미국에서는 내성균 감염 사례가 매년 280만 건 이상, 사망자가 3만5천명 이상이라고 CDC가 2019년 보고서에서 전했다.
연구진은 조수라발핀이 100여종의 CRAB 샘플을 상대로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또 CRAB 감염으로 폐렴을 앓는 쥐에 조수라발핀을 투여한 결과 균 수치가 상당히 낮아졌고 패혈증에 따른 폐사도 막았다고 전했다.
조수라발핀은 현재 인체 안전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1차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어 실용화까지는 최소한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세사르 드라 푸엔테 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조수라발핀이 매우 유망한 항생제라고 CNN에 평가했다.
다만 조수라발핀의 약점은 CRAB 등 특정한 세균만 죽인다는 점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에 대해 드라 푸엔테 교수는 여러 항생제가 사람에게 이로운 세균까지 죽이는 데 비하면 특정 세균에만 작용하는 항생제가 오히려 전체적인 보건에는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