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은 있으나 장사가 서툴러 휴대폰도 끊기고 꼬딱지만 한 가게에서 어린 딸과 숙식을 해야 할 정도로 인생 벼랑 끝에 내몰렸던 젊은 여사장이 유튜브 방송을 타더니 초대박이 났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예기치 못한 고민거리가 새로 생겼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장사의 신'에 올라온 '6세 딸아이와 가게에서 먹고 자며 24시간 장사하는 여사장님'이라는 영상이 최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명받고 있다. 구독자 126만명의 '장사의 신'을 운영하는 유튜버 '은현장'은 일명 유튜브 판 '골목식당' 콘텐츠를 진행하며 자영업자들의 무료 장사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은현장이 이번에 찾아간 사장님은 서울 영등포구 소재 아파트에 딸린 지하상가에서 쿠키 전문점을 힘겹게 꾸려가는 젊은 엄마 A(32)씨였다.
쥐방울만 한 가게엔 포스기(계산기)도 없다. 단돈 10만~15만원이 없어 안 깔았다. 새벽까지 영업하는데 여섯 살배기 딸을 봐주는 이가 없어 모녀가 일주일에 3일은 가게에서 먹고 잔다.
전기세, 월세가 밀린 것은 물론이고 A씨의 휴대폰도 끊길 참이다. 2달 반 미납금이 58만여원. 신용카드가 없어 휴대폰 결제로 생활용품을 구입하느라 통신비 청구요금이 불었다. 인터뷰 순간에도 돈 내라는 독촉 문자 메시지가 쇄도하는 상태. 보다 못한 유튜버가 미납금을 대납했다.
재료비가 없어 아무것도 못하는 A씨는 아픈 가정사까지 안고 있다.
결혼한 지 4개월 만에 남편과 결별해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가장이다. 이혼한 지 5년 됐고 소송에서 이겼지만 양육비를 못 받는 딱한 처지다.
자기 장사는 못하는데 남 밑에서 일했을 땐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다. A씨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15세 때부터 제과, 제빵을 배운 그는 17년 차 베테랑이다. 남의 매장에서 일했을 때는 매출 1등을 찍었다고 한다. 하지만 장사 실력은 영 시원찮다.
솜씨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음식 관련 자격증을 20개 보유한 실력파다
쿠키와 마카롱을 시식하던 은현장은 "맛있다. 음식은 거의 베스트다"며 연신 감탄했다.
그렇게 A씨는 영상으로 소개됐고 며칠이 흘렀다. 그사이 천지개벽할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로또를 맞았다. 이 대목에서 가게가 대박이 났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 로또 3등에 당첨돼 160만원을 손에 쥐었다. 숫자 1개만 더 맞았더라면 26억원을 탔을 터였다.
당첨금으로 재료를 사서 가게를 돌렸다.
은현장이 새벽 6시에 가게를 방문했더니 가게가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손님이 아닌 은현장의 구독자들이다. 전날 오후 8시부터 떼거리로 모여서 일손을 거들었다. A씨는 날밤 새우느라 피곤하면서도 얼굴이 한층 밝아진 표정이다.
유튜브 방영 후 이틀 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들어온 택배 주문이 3032건, 매출 1억1600만원을 찍었다. 실제 가게가 대박 나기도 했다. A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500명에서 1만명으로 수직상승했다.
영상 공개 전 A씨 계좌의 3개월 평균 잔액은 1만4853원. 영상 공개 후 몇 시간 만에 800만원의 후원금이 꽂혔다. 파워 유튜버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A씨는 "너무 감사드린다"며 "꼭 잘돼서 똑같이 베풀면서 살겠다"고 했다.
다만 고민거리도 생겼다. 영상이 나간 뒤 A씨에게 집적대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은현장은 "(사장님이) 남자 만날 생각 없고 지금 일에만 집중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왜 자꾸 새벽에 계속 전화하고 찾아온다고 하고 애를 봐준다고 하느냐"라며 "바쁘고 힘든 사람 더 힘들게 하지 마라"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