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음주 산행을 한 등산객의 행동이 시민들을 눈살 찌푸리게 했다.
서울 119 특수구조단 도봉산 산악구조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늦은 오후 "여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가 접수된 곳은 북한산 국립공원 마당바위 근처였다.
신고가 접수된 전날은 서울 전역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도봉산 곳곳은 여전히 눈이 쌓인 상태였다. 30일 서울의 최심신적설(오늘 새로 내려 쌓인 눈의 최대 깊이)은 12.2cm로, 이는 역대 12월 중 1981년 이후 최대치였다.
특히 신고가 접수된 마당바위는 고지대인 만큼 눈이 녹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낮에 잠깐 녹았던 눈이 다시 얼어부터 곳곳이 빙판으로 변해 있었다.
이에 도봉산 산악구조대와 국립공원 구조대는 해발 448m 마당바위에 도착해 조난객을 발견했다. 확인 결과 이들은 동호회원들과 함께 산을 오르다 뒤쳐진 60대 남성과 50대 여성이었다.
이들은 구조대가 다가가 "다치신 분 맞느냐"라고 묻자 "한 잔 하는 바람에"라고 답하며 술을 마신 상태라고 밝혔다.
구조대원이 "술을 마시고 산에 오르면 안 된다"라고 당부하자, 조난객은 "여보세요. 산에 와서 한 잔 할 수도 있지. 참견하지 말아요. 가세요"라고 짜증을 냈다.
미끄러운 비탈길에 부상이 걱정됐던 구조대원이 조난객을 멈춰 세우자, 이들은 "내 배낭 어딨 느냐"라며 소지품을 찾았다. 구조대원이 "바낭은 이미 (다른 구조대원이 챙겨서) 내려갔다"라고 대답했지만, 내려가는 40분 동안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하산 후 구조대원은 산악구조차로 취객들을 정류장까지 데려다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