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일본항공(JAL) 여객기와 일본 해상보안청 항공기가 충돌하며 불길에 휩싸이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상보안청 항공기에 탑승 중이던 6명 중 기장을 제외한 5명이 사망했다. 반면 일본항공 여객기에 탑승 중이던 승객 379명은 전원 탈출에 성공했다. 대형 참사를 막은 승객들 생존 배경에는 '90초 룰'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90초 룰’은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1967년 모든 항공기 제조업체에 요청한 ‘항공 안전 매뉴얼’이다. 화재 발생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비상탈출구 절반 이하만 개방해 90초 이내에 승객들을 기내에서 탈출시키는 규정이다.
처음 매뉴얼이 만들어진 이후 1980년 사우디아라비아 항공 163편 여객기 탑승자 301명(한국인 4명 포함)이 탈출구 문이 열리지 않아 전원 사망한 사건 등을 거치며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피로 쓰인 수칙'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사고 당시 승무원들은 실제 이 '90초 룰'을 적용해 승객들을 빠르게 탈출시켰다. 오후 5시 47분쯤 사고가 발생했고 400명에 가까운 승객들이 모두 내리는 데까지는 18분이 소요됐다.
승무원들은 기내 비상구 9개 중 가장 앞쪽 2개와 가장 뒤쪽 1개를 개방해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기내에 화재 연기가 가득 찬 위급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은 메가폰 등을 활용해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코와 입을 막고 침착하게 탈출해 달라"며 대피를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항공 승무원들은 실제 매년 한 차례씩 90초 이내에 모든 승객을 탈출시키는 '90초 룰'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에 합격하지 못한 승무원은 직무가 정지된다. 1985년 도쿄에서 오사카로 향하던 JAL123편이 추락해 탑승객 524명 중 520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를 겪은 이후 더욱 엄격한 안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본사 내부에는 사고 당시의 잔해와 증언 등을 전시해 전 직원이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
미국 CNN은 "일본 고유의 엄격한 안전 문화와 안전 기준이 만든 기적"이라며 이번 사고의 생존 배경을 조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