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타자 중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인 추신수(41·SSG 랜더스)가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빅리그 연착륙을 '높은 확률'로 점쳤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추신수는 "이정후는 우리가 봤던 어떤 한국 선수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낼 확률이 높다"며 "3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본 이정후는 정말 뛰어난 타자였다. 타석에서 매우 침착하고, 스타성이 있고, 좋은 인성을 갖췄다"고 빅리그 도전을 앞둔 후배를 칭찬했다.
다만 '확신'은 하지 않았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는 정말 어마어마한 선수들이 많다. 선수 등급을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선수층이 두껍다"며 "이정후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정후의 재능은 '빅리그급'이라는 걸 인정하고 빅리그 연착륙을 기원했다.
부산고를 졸업한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한 추신수는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버티고, 2005년 시애틀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추신수는 2020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6시즌 동안 1천652경기에 출전해 6천87타수 1천671안타(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 출루율 0.377을 기록했다.
개인 타이틀을 얻지는 못했지만, 3시즌 20도루·20홈런을 달성하고 2018년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 기록인 52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2020년 텍사스와의 7년 계약이 만료된 후 추신수는 빅리그 구단의 영입 제의를 받았지만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SSG에 입단했다. 2021년을 한국에서 보낸 추신수는 2024시즌까지 SSG에서 뛴 뒤 은퇴하기로 했다.
이정후는 추신수와 다른 길을 택했다.
2017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정후는 2022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최우수선수에 오르는 등 7시즌 동안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69도루, 581득점으로 활약했다.
2023시즌 종료 뒤 원소속구단 키움의 동의를 받아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한 이정후는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았고, 6년 1억1천300만 달러(약 1천484억원)에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했다.
1억1천300만 달러는 추신수가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하며 작성한 '7년 1억3천만 달러'에 이은 한국인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계약이다.
연평균 금액은 당시 추신수가 1천857만 달러로, 1천883만달러의 이정후가 더 높다.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직행'한 자신의 삶과 KBO리그에서 활약한 뒤 빅리그로 진출한 이정후의 삶을 모두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봤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생활은 정말 고되다. 나는 무인도에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며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 '현재에는 아무것도 없는'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텍사스에서 내가 '리더'로 불렸던 것도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극복한 걸 존중받았기 때문"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KBO리그에서 뛰고, 빅리그에 진출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한국 아마추어 야구 후배들을 위해서도 다양한 길을 보여주는 건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추신수는 자신과 다른 길로 빅리그 입성에 성공한 이정후가 한국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길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