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소주 가격을 내렸지만, 일반 식당가는 요지부동이다. 소줏값 인하 거절 이유도 가지가지다.
이날 중앙일보가 서울 시내 식당 8곳에 소줏값 인하 계획을 물었더니 7곳에서 “없다”고 답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김치두루치기집을 운영하는 A(66)씨는 “소줏값 몇백원 내린다고 메뉴판을 다시 바꾸려면 돈이 더 든다”며 기존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A씨 가게는 2022년 말부터 소주 1병에 5000원을 받고 있다.
누리꾼들은 "올릴 때 메뉴판은 조상님이 바꿔주나", "내릴 때는 그냥 붙였던 (인상된 가격) 스티커만 떼면 되지 않나"며 같잖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런가 하면 서울 마포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B씨는 매체에 “대파 한 단이 1400원씩 하다 6000원씩 하는 등 물가가 크게 올랐는데 소줏값마저 내리면 가게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가게 월세와 인건비 상승을 감안하면 소주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답변은 그래도 설득력이 조금이나마 있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들은 이날부터 국산 소주 판매 정가를 200~300원 내렸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날 360㎖ 한 병은 2100원에서 1900원으로 200원(9.5%), 640㎖ 페트병은 3600원에서 3300원으로 300원(8.3%) 싸졌다.
대형마트 3사는 하루 일찍 움직였다. 지난 1일 이마트는 1480원이던 참이슬 후레쉬 한 병 가격을 1330원으로 150원 낮췄고, 롯데마트는 1480원에서 1340원으로 140원 내렸다. 홈플러스 역시 1490원에서 1350원으로 조정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이 소주 가격을 인하한 것은 새해부터 도입된 기준판매비율 제도 때문이다. 기준판매비율은 주세를 계산할 때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일종의 할인율이다. 기존에는 소주 반출가격(제조원가에 판매원가와 이윤 등을 포함한 것)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겼지만 기준판매비율을 적용하면 소주 반출가격에서 22%를 할인해 세금을 부과한다. 세금 부과 기준이 완화됨에 따라 반출가격에 세금을 더한 출고가격도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