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토끼를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을 촬영해 오픈채팅방에 올린 20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나경선 부장판사)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A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개월에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법정구속됐다.
A 씨는 2020년 1월 충북 영동군에서 길고양이에게 화살을 쏘고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의 모습을 촬영한 뒤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9월께엔 토끼의 신체를 훼손한 뒤 죽이기도 했다.
A 씨는 고어전문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길고양이와 토끼를 학대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2020년 9월 중순부터 그해 12월 말까지 네 차례에 걸쳐 공유했다. 이 채팅방은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2021년 1월 폐쇄됐다.
조사 결과 이 채팅방에는 미성년자가 대부분인 약 80명이 참여했다. 일부 채팅 내용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퍼져 나가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이에 동물자유연대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A 씨를 비롯한 채팅방 이용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잘못을 시인하면서 범행 이후 동물 보호를 위한 활동,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라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5일 열린 A 씨의 결심 공판에서 “(A 씨는) 생명 경시적인 성향과 재범 가능성에 비춰 엄벌이 필요하다”라며 원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나 동기, 방법을 살펴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생명을 박탈한 데는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 생명 경시적 성향을 고려할 때 재범 가능성이 작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