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 두 달간 경찰 수사를 받던 이선균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가운데, 경찰을 향해 강력하게 비판하는 글 하나가 올라와 주목받고 있다.
이 글을 남긴 이는 윤석열 대통령 정치적 멘토라고 불리는 신평 판사 출신 변호사다. 신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라는 제목으로 긴 글을 남겼다.
그는 “고 이선균 배우가 우리 곁을 쓸쓸히 떠나갔다. 그런데 누가 이 세계적 배우의 어이없는 죽음에 가장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일까? 어쩌면 경찰이 아닐까?”라며 글을 써 내려갔다.
이어 “유명 배우, 마약, 미모의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 화려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차츰 그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엄청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즐거웠을 테다. 수사가 곁가지에 몰두하는 사이 고인의 명예나 인권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통죄’에 대한 언급을 남겼다.
그는 “간통죄가 살아있을 당시 간통죄의 초동수사인 경찰수사기록들을 보면, 한 편의 포르노 소설을 보는 느낌일 때가 왕왕 있었다. 성행위 당시의 적나라한 장면들을 말하도록 여성 피의자에게 일부 경찰은 강요하였다. 체위나 삽입 전후의 상황, 구체적 쾌감 따위를 노골적으로 물어 그 답변을 기록에 남겼다”며 “당연히 피의자는 극도의 수치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다. 고 이선균 배우 사건에서도 수사경찰이 이런 범주의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합법을 가장한 불법’은 경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 법원을 포함한 우리의 사법체계 전반에 걸쳐 있어 왔다. 사건처리자의 무능함이나 게으름, 무지에 기인할 수도 있으나 의도적인 사건의 왜곡도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사회 전반에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음을 강조하며 그는 “우리는 극도의 사법불신이 만드는 이 저주의 구름을 한시바삐 걷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국정개혁의 시급한 과제도 있다. 그러나 ‘사법개혁’은 더욱 시급하고, 또 정치권의 수습에 의해 바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바람직한 성장과정을 거치고 상당한 지적 교양을 갖추었으면서도 드물게 강한 카리스마를 구비하였다. 나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고자 했다”며 “윤 정부 출범 후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 체제를 옹호해 왔다. 이것은 내 일신의 영화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윤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적 변혁의 물결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말하는 검찰세력의 쿠데타에 의한 ‘검찰공화국’의 수립은 터무니없는 비난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임명으로 자신의 정부가 ‘검찰정권’ 임을 뚜렷하게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정권’의 기조는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임기종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법개혁’은 이 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법개혁’이나 저출산, 양극화에 대응한 국가의 근본적 개혁이 이 정부에서 추진될 것이라는 환상은 나 같은 어리석은 사람의 머리 안에서만 존재했던 것”이라고 씁쓸함을 표했다.
한편 이선균 사망 이후 일각에서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경찰은 고인에 대한 수사는 구체적인 제보,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경찰청 수사동 5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 공개 출석 요구나 (언론을 향한) 수사 상황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신 변호사가 이선균 죽음 관련해 남긴 SNS 전문이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
고 이선균 배우가 우리 곁을 쓸쓸히 떠나갔다. 그런데 누가 이 세계적 배우의 어이없는 죽음에 가장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일까? 어쩌면 경찰이 아닐까? 유명 배우, 마약, 미모의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 화려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차츰 그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엄청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즐거웠을 테다. 수사가 곁가지에 몰두하는 사이 고인의 명예나 인권은 심각하게 훼손되어 갔다.
간통죄가 살아있을 당시 간통죄의 초동수사인 경찰수사기록들을 보면, 한 편의 포르노 소설을 보는 느낌일 때가 왕왕 있었다. 성행위 당시의 적나라한 장면들을 말하도록 여성 피의자에게 일부 경찰은 강요하였다. 체위나 삽입 전후의 상황, 구체적 쾌감 따위를 노골적으로 물어 그 답변을 기록에 남겼다. 당연히 피의자는 극도의 수치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다. 고 이선균 배우 사건에서도 수사경찰이 이런 범주의 행동을 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 ‘합법을 가장한 불법’은 경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검찰, 법원을 포함한 우리의 사법체계 전반에 걸쳐 있어 왔다. 사건처리자의 무능함이나 게으름, 무지에 기인할 수도 있으나 의도적인 사건의 왜곡도 존재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10명 중 1명 만이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답변을 했고, 국민 인권의 최후보루인 법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무려 55%가 넘었다. OECD 37개국 중 국민의 사법신뢰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바로 한국이기도 하다. 전국에 걸쳐 ‘사법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억울함을 소리친다.
우리는 극도의 사법불신이 만드는 이 저주의 구름을 한시바삐 걷어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국정개혁의 시급한 과제도 있다. 그러나 ‘사법개혁’은 더욱 시급하고, 또 정치권의 수습에 의해 바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석열 대통령은 바람직한 성장과정을 거치고 상당한 지적 교양을 갖추었으면서도 드물게 강한 카리스마를 구비하였다. 나는 윤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고자 했다. 그리고 윤 정부 출범 후 온갖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 체제를 옹호해 왔다. 이것은 내 일신의 영화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윤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적 변혁의 물결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미래의 환한 희망을 선사하는 지도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말하는 검찰세력의 쿠데타에 의한 ‘검찰공화국’의 수립은 터무니없는 비난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임명으로 자신의 정부가 ‘검찰정권’임을 뚜렷하게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정권’의 기조는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임기종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사법개혁’은 이 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니 ‘사법개혁’이나 저출산, 양극화에 대응한 국가의 근본적 개혁이 이 정부에서 추진될 것이라는 환상은 나 같은 어리석은 사람의 머리 안에서만 존재했던 것이다.
오직 유능한 검사가 사건처리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하여 사건에 집요하게 파고들 듯이 국정은 그런 방식으로 내내 답답하게 운용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윤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는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 오호라, 날은 벌써 저무는데 갈 길이 아득하기만 하구나(日暮途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