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에서 발생한 '액체 테러' 사건이 미신에서 비롯된 단순 해프닝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 유리창에 정체불명의 하얀 액체를 뿌린 80대 여성은 '동짓날 액땜 차원에서 소금물을 뿌렸다'고 했으나, 피해자 측은 다른 의도가 담긴 악의적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테러를 가한 80대 여성은 '건물주(임대인) 가족'이며, 최근 건물주와 소송으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중에 이런 일을 당했다고 피해자는 호소했다.
카페 점주인 피해자 A 씨는 29일 위키트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전말을 밝혔다.
그는 "어떤 경찰이 잘못된 내용을 전달한 건지 모르겠으나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가해자는 건물주와 직접 연관이 있는 인물로, 건물주의 장모"라고 전했다.
이어 "과도한 임대료 인상 등 문제로 건물주는 현재 본인 등 상가 임차인과 갈등을 빚고 소송 중인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벌어진 이 할머니(장모)의 행동은 이유 있는 행동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씨에 따르면 건물주 장모인 이 할머니는 지난 20~21일 이틀에 걸쳐 카페 유리창에 정체 모를 액체를 뿌렸다. 당초 누구 소행인지 몰랐으나, 경찰 신고 후 폐쇄회로(CC)TV 추적을 통해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됐다. 오가는 사람이 없는 때를 노린 것인지 CCTV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돌연 병에 든 액체를 카페에 투척하고 자리를 벗어나는 할머니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이 들통나자, 이 할머니는 "아들 가게에 액땜하라고 액마귀를 덧씌웠다"는 해명을 했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 카페 위층에 당구장이 있는데, 이 당구장은 할머니의 아들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당구장 사장은 지난 28일 피해를 본 카페를 찾아와 본인 모친이 저지른 일을 대신 사과,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고 한다. 당구장 사장은 A 씨에게 "자신의 어머니가 한 행동이 맞고, 당구장 액땜하라고 소금물을 뿌렸다고 하더라. 경찰이 찾아와 어머니가 놀랐다. 어쩌면 좋겠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의 사과에도 A 씨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들 가게에 뿌려야 하는 걸 잘못 뿌렸다는 등의 할머니 주장엔 미심쩍은 부분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먼저 2019년 당구장이 개업한 이래로 이런 액땜 의식은 그간 단 한 번도 없었던 데다, 아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했다면 굳이 사람들 눈치 보며 비밀스럽게 굴 필요도 없었고, 동짓날 의식처럼 액체를 뿌렸다고 했으나, 범행은 동지(12월 22일) 이전에 이뤄졌다는 게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희뿌연 색이었던 액체가 단순 소금물이라는 것도 사실상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었다.
A 씨는 전날 이미 경찰을 통해 국립과학수사원(국과수)에 액체 성분 분석 의뢰를 맡긴 만큼, 일단 결과가 나오면 그때 상황을 보고 이후 처리 방향을 결정할 참이었다. 아들인 위층 당구장 사장에게도 그렇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제대로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 마치 '건물과 아무런 관련 없는 할머니가 액땜하느라 벌어진 해프닝'처럼 보도가 나가자, 그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A 씨는 위키트리에 "당구장 사장인 할머니 아들이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는 대화 녹취도 있는데 '건물과 관련 없는 인물'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건물주가 물타기를 시도하는 건지 의심이 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A 씨와 같은 상가에 입점한 임차인들은 '건물주 갑질'을 주장,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등 임대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 A 씨는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