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사실상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다. PF란 특정한 프로젝트로부터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 흐름 및 사업성을 담보로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27일 태영건설은 개장 직전 ‘워크아웃을 신청하기로 가닥을 잡고 이르면 이번 주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에 대한 해명(미확정) 공시를 통해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영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태영건설은 지난 13일 워크아웃 설이 불거지며 주가가 폭락했을 때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법인 등을 통해 워크아웃 절차를 확인하고 채권은행과 관련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미뤄 사실상 워크아웃 신청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도 워크아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태영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9.57% 하락한 240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전 거래일과 견줘 20.40%나 떨어진 238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는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태영건설이 줄줄이 예정된 차입금 만기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 19일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 4100억 원이며,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위한 PF 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부동산 개발 PF 잔액은 3조 2000억 원 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미착공 상태로 남아 있는 현장의 비중이 과반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한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이 1조 9300억 원, 부채비율이 478.7%로,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태영건설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부실 건설사가 연이어 구조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시공능력 순위 100위권 내 건설사 수십 곳이 워크아웃,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의 절차를 밟은 바 있다.
한편 워크아웃은 기업을 파산시키는 것보다 회생시키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행하는 것이기에 부도와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