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성노동을 시작했느냐’는 질문은, 성매매에 인격을 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하고도 중요한 물음이다. 이들에겐 그렇지 않다. 답은 그저 ‘돈이 없어서’다. 경기 파주시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의 폐쇄가 결정되면서 건물 일부가 강제 철거된 가운데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속도 조절을 호소했다.
최근 구독자 35만여명의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 수도권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 여성들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해당 채널에 따르면 현재 용주골에는 성매매 종사자 85명, 업소 50개 정도가 남아있다. 성매매 종사자들의 나이는 30대 중후반에서 40대까지 걸쳐진다.
27살에 용주골로 흘러들어왔다는 성매매 종사자 A씨는 "고교 때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서 대학에 안 가려고 했는데 아빠가 강권하셔서 대학을 들어갔다"며 "거기서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졸업하고 나니 학자금 대출이 어마어마하게 쌓였다"고 사연을 풀었다.
그는 "직장 생활하면서 주말에 놀지도 않고 친구들도 안 만나고 일했다. 되게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빚만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5년 정도 용주골에서 일했고 돈 벌어 나갔다"고 고백했다.
나가서 이것저것 일 배우러 다녔지만, 빈곤의 족쇄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A씨는 "아빠가 암 판정받으셨고 수술만 하면 끝나겠다 생각했는데 치료 기간은 길어지고 돈은 점점 떨어지고 겁이 났다"며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여기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다는 성매매 종사자 B씨는 "남편과 살면서 생긴 빚을 갚으면서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살 수 있을까(에 의문이 들었다)"고 용주골에 발을 디딘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성매매는 내게 최고 마지막 단계였다. TV에서 보면 분유를 훔치는 일이 있지 않나. 그런 일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게 하는 곳이 여기였다"며 "자본주의 아래에서 성을 팔면서라도 생존을 할 수밖에 없는…"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이들이 보는 '노동'은 어떨까.
A씨는 "처음에는 되게 무서웠다. 내가 인생의 밑바닥까지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내가 정상적이지 않은, 몸 파는 여자이지 않나"고 했다. 이어 "무슨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은 성취감이나 뿌듯함이 있지 않나. 여기는 그런 건 없는 것 같고 약간 씁쓸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있다"고 착찹해 했다.
용주골 폐쇄에 대해 A씨는 "어느 날 갑자기 철거하겠다고, 없애겠다고 해서 올 한 해는 쫓기듯이 지내고 있다"며 "TV에서 예전에 보던 불법 철거하는 것처럼 (용역들이) 강제로 들어와서 내 집의 문을 뜯어갔다"고 설명했다.
파주시는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 훈련을 위해 2년 동안 최대 400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는 조례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이거를 듣고 나면 누군가는 우리가 (지원금을) 더 받으려고 이런 시위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지원금이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굳이 파주시의 돈을 쓰면서까지 하지 않아도 우리가 자립해서 나가겠다, 저희는 우리가 자립할 수 있는 기간을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가씨들이 그냥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다 각자 언제쯤 내가 나가서 평범하게 살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저 같은 경우는 한 2년 정도만 있으면 나도 나가서 평범하게 살 수 있겠다, 내 아이들과 같이 여느 가정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고 전했다.
B씨는 "여기 아가씨들이 평범하지 않은 가정에서 평범하게 살 수 없었기 때문에 (용주골에) 들어와서 내 집인 것처럼 살고 있는 것이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용주골 폐쇄는) 다시 한번 '내가 제대로 살 수 없는 사람이구나', '어디에서도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