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30대 남성 2명의 1차 부검 결과가 나왔다.
26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4층 주민 박모 씨(33)에 대해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이라는 부검 1차 소견(추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사망자인 10층 주민 임모 씨(38)의 사인은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부검에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조직·독극물 검사 등을 한 뒤 최종 사인을 결론 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숨진 이들은 지난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중 두 자녀를 둔 아빠인 박 씨는 불이 난 집 바로 위층인 4층에서 어린 딸들을 대피시키다 숨졌다. 박 씨는 먼저 2세 딸을 1층의 경비원들이 깐 재활용 포대 위에 던져 대피시켰다. 이후 7개월 된 둘째 딸을 이불로 감싸 안고 뛰어내렸다. 가족 중 마지막으로 아내 정 씨가 뛰어내려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가 옆으로 떨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아내 정 씨는 어깨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이며, 두 자녀도 생명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망자인 임 씨는 화재를 최초로 신고한 10층 주민으로,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화재 당시 끝까지 남아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킨 뒤 불길을 피해 위로 대피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재산 피해 규모는 1억 980만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재민 23명은 인근 모텔 3곳에서 임시 거주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6일 오전 진행한 합동 감식 결과 '사람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합동감식 후 현장에서 나온 결정적 증거물을 입수했으며 이를 토대로 인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찰은 관련자 소환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