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사가 죄를 짓고 재판을 받는 한 노숙자에게 베푼 온정이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 지난 20일 특수협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보호관찰 2년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 9월 28일 오전 1시쯤 부산의 한 편의점 앞에서 또 다른 노숙인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끝에 흉기를 꺼내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박 부장판사는 △A씨가 현장에서 흉기를 스스로 발로 밟아 부러뜨린 점 △피해자 B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초범인 점 △개과천선할 여지가 있는 점 등을 들어 실형은 주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선고 후 A씨에게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느냐", "주거를 일정하게 해 사회보장 제도 속에 살고 건강을 챙기라" 등의 조언을 했다.
또 A씨가 평소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중국 작가 위화가 쓴 책 '인생'(원제 활착·活着, 살아간다는 것)과 함께 현금 10만원을 챙겨줬다.
박 부장판사는 현금을 건넨 이유에 대해 당시 이례적인 한파임에도 노숙을 하는 A씨가 염려돼 찜질방 비용으로 건넸다고 밝혔다.
A씨는 박 부장판사가 "어머니 산소를 꼭 찾아가 보시라"는 말에 고마움에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일화는 당시 재판을 지켜보며 감동한 이들이 외부에 전하면서 널리 퍼졌다.
박 부장판사는 2019년에도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가 혼자만 살아나 자살방조 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후 '지금보다 좋은 날이 올 것으로 확신한다'는 편지와 함께 차비 20만 원을 건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