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안장이 무산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 유해를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옮겨오자는 지역 정치인의 제안에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2021년 11월 사망한 전 씨 유해는 유족이 마땅한 장지를 구하지 못해 2년째 서울 연희동 자택에 있다.
이한신(65·국민의힘) 합천군의원은 21일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해가 묻힐 곳을 찾지 못해 자택에 있다는 것은 합천의 아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며 “군수가 직접 유족을 만나 유해를 합천으로 모시자는 제안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가 뭐라 해도 전 전 대통령은 합천 출신 대통령이고, 출신만으로도 자랑스럽다”면서도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 흥행 등에 따른 전 씨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역사적 공과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전 씨의 호를 딴 합천군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인 시민단체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국민운동본부(운동본부)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그렇게 전두환 유해가 연희동에 머물러 있는 게 못 참을 아픔이라면, 이한신 군의원 집 마당에 거두기 바란다”며 “군민을 부끄럽게 하지 말고 사과 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당초 일해공원은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명칭으로 2004년 개원했지만 합천군이 2007년 전 씨의 호 ‘일해(日海)’를 따 개칭해 16년째 찬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 전 씨 유족들은 ‘파주 땅에 묻히고 싶다’던 고인의 유언에 따라 파주 장산리에 안장을 추진했으나 부정적인 여론에 부담을 느낀 토지주가 땅을 팔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무산됐다.
전 씨는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받아 국립묘지에는 안장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