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수리 없이 총선 채비' 검사들…870만원 월급도 그대로

2023-12-21 14:59

신성식·이성윤, 책 내고 외부 행보…'본업' 연구물은 미제출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현직 검사들의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재판이나 감찰 등으로 규정상 사표 수리가 불가능한 검사들을 둘러싼 출마설이 이어지면서, 고액의 급여까지 받으며 선거운동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직서 수리 여부와 무관하게 출마 길을 열어준 이른바 '황운하 판례'의 영향인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현직 검사 신성식·이성윤, 책 출간하며 잇단 대외 행보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는 '추미애 사단'으로 분류되는 신성식(사법연수원 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쓴 책 '진짜 검사' 저자와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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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건과 관련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아무리 털어도 티끌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수사에서 더 진전할 게 없다면 뒤로 물러나야 한다', '범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무죄 가능성도 무척 높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에서는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출마 준비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 연구위원은 고향인 전남 순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신 연구위원은 행사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누구한테 지지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정치활동인데, 출판사에서 북콘서트를 열어 순수하게 책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며 "아직 출사표를 낸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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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지낸 이성윤(23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방송 출연 등 정치적 해석을 낳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연구위원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가진 저서 '꽃은 무죄다' 북토크에는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을 두고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꾸준히 전북 전주을 출마설이 제기돼 왔다.

◇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 가능성…매달 기본급만 870만원

만약 이들이 실제로 총선 출마 뜻을 굳힌다면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1월11일 이후에도 검사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국가공무원법은 비위와 관련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나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인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때문에 신 연구위원은 이달 6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법무부는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1심 재판 중인 그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서울고검장이던 지난해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일선 고검장들과 사직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된 바 있다. 이후 사의 표명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설령 다시 사의 표명을 하더라도 법무부 감찰과 '김학의 출국금지 외압 의혹' 2심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수리될 가능성은 작다.

이런 이유로 공직자 사퇴 시한이 지나더라도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검사장급인 신 연구위원은 16호봉, 고검장급인 이 연구위원은 검찰총장 바로 아래인 17호봉으로 매달 기본급만 87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로 지급되는 수당 등은 제외한 금액이다.

두 사람은 법무연수원 발령 이후인 지난해 8월 각각 연구 과제를 부여받았는데, 현재까지도 아직 연구물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위원들의 최대 연구 기간인 1년 2개월을 넘겼다.

신 연구위원은 "연구 중에 있는데 아직 완성이 안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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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마 근거 된 황운하 판례…전문가 "사퇴기한 연장" 제언도

현직 검사의 사표 수리 전 선거운동을 정당화하는 근거는 2021년 4월 대법원의 이른바 '황운하 판례'다.

대전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은 21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2019년 11월 경찰청에 퇴직을 신청했지만,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황 의원은 경찰직을 유지한 채 당선됐다.

이에 경쟁 후보 측이 국회의원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 없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이 사표를 내 직무 수행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음에도 수리를 지연해 후보 등록을 할 수 없게 되면 출마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판례가 현직 검사들이 국민 세금으로 주는 급여를 받으면서 본업 대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직 검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형사사법 권력을 행사해 정치적 중립성이 더 강하게 요구된다"며 "징계 등 검찰 조직 내부에서 강력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사실상 정치 행위인 출판기념회 자체도 내버려 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종의 상업적 성격도 갖는 만큼 겸업 금지 의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공무원이 출마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는 자체가 비판받을 일"이라며 "대법원이 이를 용납하는 판단을 해서 대단히 나쁜 선례가 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고소·고발이 흔한 만큼 단순히 수사·감찰 중이라고 사표 수리를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고려해 정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무 연관성과 정치적 행보의 거리가 멀어지도록 (공직자 사퇴 기한을) 90일에서 120일 정도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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