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순자산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 중 이민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수가 전 세계 7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아시아경제는 CNN이 올해 6월 공개한 '2023 부의 이동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최근 미국 경제매체 '24/7 월스트리트'도 "전 세계 각국에서 기업과 개인에 대한 무리한 세금정책과 각종 규제로 인해 고국을 떠나는 부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부자들이 이민을 떠나는 국가 10개를 선정한 바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이민자 수를 기록한 국가는 중국(1만 3500명)으로 2위는 인도(6500명), 영국(3200명), 러시아(3000명), 브라질(1200명), 홍콩(1000명), 한국(800명) 순이었다.
한국의 전체 순위는 7위지만 1위인 중국과 비교해도 인구 대비 많은 숫자의 부유층들이 이민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구는 14억 4850만 명이며, 한국 인구수는 5130만 명이다.
만약 한국 부유층 숫자를 중국 인구로 대비시켜 단순하게 추산해 본다면 이는 약 2만 2500명으로 중국보다 월등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이주 신고자'도 다시 늘고 있다.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7년 해외이주 신고자는 1559명으로 2018년 6439명, 2019년 4393명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2020년부터 2170명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세가 줄어든 2021년부터 2199명, 2022년 2887명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주한 나라는 미국(1301명), 캐나다(708명), 호주(156명), 뉴질랜드(167명) 순으로 해당 국가들의 공통점은 영어권이라는 점과 상속세가 한국보다 크게 낮거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GDP 대비 증여와 상속세 비중이 OECD 평균 2배에 달한다는 내용이 발표됐을 만큼 증여세와 상속세 부담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의 일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최대주주 할증 과세가 적용되면 상속세율이 60%까지 올라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상속세 제도를 운용 중인 OECD 국가 평균치인 25% 대비 2배 이상 높은 값이다.
실제로 미국의 상속세율은 한국(50%)보다 낮은 40%로 지난 2021년부터는 1170만 불(한화 약 152억 원)까지 증여 및 상속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부부 공동 증여의 경우 1인 한도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2340만 달러(한화 약 305억 원)까지도 세금 없이 증여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한국의 상속세 면제 한도는 매우 높다. 부모가 사망했을 경우 배우자가 없다면 일괄공제에 의해 5억 원, 배우자가 있을 경우 10억 원까지 면제된다. 또한 증빙 없이도 장례비용이 500만 원까지 공제돼 부모 사망 후 최소 5억 500만 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 받을 수 있다.
미국 다음으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주하는 캐나다, 호주의 경우 상속세, 증여세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캐나다는 부동산의 경우 매입보다 매도 가격이 높을 경우 이에 대한 소득세는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실거주 목적인 부동산에는 이조차 과세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자들의 이주 증가 원인이 세금 부담이 적은 국가로 보유 자산을 미리 옮기려는 '투자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투자이민 비자 EB-5 최소 투자 기준은 80만 달러(한화 약 10억 4376만 원)으로 10명 이상 직접고용창출이 이뤄진다면 비자 발급까지 약 10~12개월 정도 소요된다. 캐나다와 호주의 경우 각각 120만 달러(한화 약 11억 6000만 원), 150만 호주 달러(한화 약 13억 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