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건조한 계절엔 직장이나 가정에서 가습기가 절실하다. 그런데 가습기 물통은 세균과 곰팡이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가습기에 제대로 물을 넣지 않고 사용하면 오히려 세균과 곰팡이를 코에 들이붓는 것과 같다.
가습기 안에 물을 채울 때 수돗물이 나으냐 정수기 물이 나으냐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그런데 먹던 물을 붓는다면?
실제로 이 문제로 직원 간 기싸움이 벌어진 회사가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연이다.
글쓴이 A씨가 근무하는 사무실엔 책상마다 개인용 작은 가습기가 비치돼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인 30대 초반 여직원 A씨가 먹던 물컵에 남은 물을 가습기에 버리고 새 물을 따라 마셨다.
또 다른 동료인 20대 후반 남직원 B씨가 그걸 보고 항의했다. 세균이 수증기를 타고 사무실 전체로 날아다닐 텐 데 잘못된 거 아니냐며.
그러자 A씨는 "개인용 가습기인데 너무 예민하게 군다"며 반박하면서 시비가 붙어 사무실 분위기가 급랭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B씨는 "그럼 내 가습기도 작은 개인용이니 침 뱉어도 되겠죠"라고 비꼬았다.
글쓴이는 "상식적으로 가습기에 먹던 물을 버리는 건 기본적인 지능 문제 아니냐"며 B씨 편을 들었다.
먹던 물은 논외로 하더라도 가습기에 어떤 물을 쓰는 것이 좋을까. 사실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아쉽게도 없다.
수돗물과 정수기 물은 염소의 함유 여부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염소는 세균을 잡는 역할을 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의하면, 수돗물인 아리수는 물에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소 성분이 포함돼 있으나, 정수기 물에는 이런 소독성분마저 모두 제거하기에 세균번식이 쉽다.
정수기 물 이외에 알칼리 이온수, 미네랄이 풍부한 물도 곰팡이와 세균이 발생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세균번식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 가습기에는 수돗물을 부은 가열식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수돗물을 사용해도 고인 물에는 세균이 생기기 쉽기에 매일 깨끗한 물로 갈아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