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호텔 주차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호텔 직원의 안일한 대처로 투숙객들이 큰 위험에 처할 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화재가 발생한 호텔은 인천 그랜드팰리스 호텔이다.
1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화재 당시 숙박을 위해 호텔을 찾았던 김모 씨는 "오후 9시경 건물 1층에 들어서니 뭔가 타는 냄새가 났는데 직원은 별일 아닌 것처럼 ‘전구만 갈면 되니 방으로 올라가라’고 했다”며 “그 말을 안 듣고 방으로 안 올라간 덕분에 금세 대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다른 투숙객 박모 씨도 "사고 후 호텔 담당자는 투숙객들이 임시 숙소에 도착한 뒤에야 와서 상황을 안내했다”며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 예투윈(33)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우왕좌왕하는데 소방대원들이 나타나 한 명씩 아래로 데려가 위기를 넘겼다”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화재는 17일 오후 9시 1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한 그랜드팰리스 호텔 기계식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이 호텔은 지하 3층, 지상 18층 연면적 8410㎡ 규모로, 화재 당시 전체 203개 객실 중 131실에 약 140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발생한 기계식 주차장은 48m 높이로, 76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규모다.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지만 당시 소방당국의 대처와 신속한 대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투숙객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됐다. 주차장 천장에서 시작된 불은 상승기류를 타고 48m 주차타워 위로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 불로 5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 2명은 중상을, 13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39명(단순 연기흡입)은 병원 진료 후 귀가했다.
중상자 중 중국 국적의 A씨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중상자 B씨는 대피 도중 추락해 발목 골절상을 당한 뒤 치료받고 있다.
국과수는 발화 추정 지점의 전선 등을 수거해 정밀감정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발화 원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합동 감식과 함께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관련자 조사를 벌여 화재 원인을 파악했다"며 "호텔에 소방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는지와 화재 발생 시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세밀하게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