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프랑스(Miss France) 2024’ 대회에서 짧은 머리 우승자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전통적인 여성미의 기준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면서다.
지난 17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미스 프랑스 결선에서 이브 질(20)이 우승 왕관을 썼다. 질은 동아프리카 프랑스 레위니옹 출신의 수학 전공 대학생이다.
중성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질의 우승을 두고 프랑스에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헤어스타일 때문이다. 그는 짧은 머리를 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물론 정당한 절차를 거쳐 뽑혔지만 온라인에서 질의 외모를 두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103년의 대회 역사상 짧은 머리 여성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해외 언론에 따르면 일부 누리꾼이 질의 우승이 대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우승자는 모두 길고 찰랑거리는 머리, 풍만한 몸매, 큰 키를 가진 여성들이었다.
일각에선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다양성’이라는 진보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워크(woke)’를 염두에 두고 질을 뽑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워크란 인종 차별, 성 차별 등의 문제에 의식을 갖고 깨어있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보수 진영에선 ‘정치적 올바름’ 이슈에 과잉반응하는 이들을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이날 대회는 프랑스 전역에서 700만 명이 시청했다. 대중 투표는 우승자 선정에 50% 비중을 차지했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는 “그녀는 미스 프랑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머리 스타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중성적인 몸이 확실히 ‘워크’로 작용하는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방송인 장 마크 모란디니는 “빈약한 몸매, 마른 체형, 짧은 머리로 인해 (질이) 폭력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라고 했다.
질은 의도적으로 짧은 머리를 하고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도 당신에게 당신이 누구라고 지시할 수 없다. 우리는 긴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익숙하지만 나는 짧은 머리에 중성적이고 남성적인 외형을 선택했다. 나는 우리가 매일 참아야 하는 신체적 수치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신에게도 여성성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미인대회는 1970년대 중반 이후 획일화 된 미의 기준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해 주최 측은 지난해 24세 이상 미혼이고 출산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참가자 규정을 폐지했다. 트랜스젠더(성전환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인대회도 열었다. 그러나 미스 프랑스에 참가하려면 키가 5피트 7인치(약 170㎝)여야 한다. 또 1년간 체중을 유지하고 머리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며 문신이나 피어싱 액세서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주최 측은 질이 우승한 건 다양성의 승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