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장에 낙서 테러를 한 모방범(2차)이 자수한 가운데, 경찰이 최초(1차) 낙서 용의자를 특정했다.
서울 종로경찰서가 지난 16일 새벽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문 담장 일대에 스프레이로 '영화 공짜' 문구 등 낙서한 용의자를 남성과 여성 각각 1명으로 특정하고 추적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용의자 신원을 거의 특정해 가는 과정"이라며 "조만간 신속하게 범인을 특정해서 검거, 사법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표적인 문화재에 낙서를 한 이번 훼손 범죄를 중대한 범죄로 인식하고 있다"며 "엄정하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KBS는 이날 현장 일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용의자 모습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어두운색 옷을 입은 용의자는 경복궁 일대를 서성이며 주변에 사람이 있는 지를 확인, 이후 스프레이로 담장에 낙서를 했다.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로 약 5분여간 낙서를 한 이 용의자는 휴대전화를 꺼내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편 1차 사건 발생 하루 뒤인 17일 2차 낙서 테러를 벌인 모방범이 이날 자수했다.
자수한 용의자는 20대 남성 A 씨로, 그는 문화재청이 복구 작업에 나선 현장에 붉은색 스프레이를 다시 뿌렸다. 경복궁 영추문 좌측 담벼락에 길이 3m, 높이 1.8m 크기로 특정 가수 이름과 앨범명 등을 적었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 씨의 신원을 특정, 추적에 나섰으나,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A 씨가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A 씨가 1차 사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인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92조 제1항(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 제외)를 손상·절취·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훼손한 자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 사적 등 지정문화유산에 글씨·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길 시 훼손된 문화재의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문화재청 측은 낙서 현장에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 처리 전문가 등 20여 명을 투입, 레이저와 화학 약품 등을 통해 세척·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스프레이 일부가 스며든 데다 추워진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업에는 최소 일주일이 소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