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순경 사건’이란 살인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유죄가 선고돼 상고심 재판을 받던 김모 순경이 진범이 뒤늦게 잡힌 덕분에 가까스로 누명을 벗은 사건이다.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마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이다.
지난 1992년 11월 2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여관에서 18세 여성이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서울 관악경찰서는 범인으로 관악경찰서 소속이었던 김 순경을 지목했다.
여성의 남자친구였던 김 순경은 사건 당일 새벽 여성과 여관에 투숙했다가 아침에 여관을 나가 잠깐 파출소 근무를 한 뒤 다시 여관에 돌아와 여성이 사망한 사실을 신고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경찰은 김 순경에게 가혹행위를 하며 “자백을 하면 폭행치사나 과실치사로 조사하고 탄원서도 내주어 집행유예로 2개월 이내에 나가게 해주겠다”고 회유해 자술서를 받았다. 실제로 김 순경 누나는 경찰이 동생을 연행한 뒤 5일간 잠을 아예 재우지 않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경찰은 폭행치사 혐의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넘겼다. 담당 검사는 김 후보자였다.
김 순경은 김 후보자에게 ‘경찰 조사 때 가혹행위를 당해 허위 자백했다’며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 김 검사는 폭행치사보다 형량이 무거운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김 순경은 1, 2심에서 징역 12년형을 받았지만 다행히 상고심 선고를 앞둔 1993년 11월 24일 진범이 붙잡혀 무죄 판단을 받았다. 강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10대 남성이 여죄를 추궁받던 중 자신이 여성을 죽였다고 자백했다.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을 만큼 자백내용이 구체적이었다.
김 순경은 1994년 4월 파면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뒤 국가를 상대로 4억 5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란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1999년 1억 8749만여원의 국가 배상을 확정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법원은 판결문에서 김 순경의 경찰 진술에 모순이 있고, 피해자가 소지했던 수표 2개가 진범과 비슷한 이름이 적힌 채 현금으로 교환됐으며, 범행 현장에서 김 순경과 피해자 외의 혈액과 족적이 나왔음에도 이를 수사해달라는 김 순경의 호소를 검사가 묵살했다고 짚었다. 다만 검사의 잘못이 불법행위에 이를 정도의 직무상 과실이라고 보진 않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