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하기 직전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대표는 13일 유튜브 라이브 '디톡스'에서 "김 대표와 오전 11시쯤 만나 점심 전까지 1시간 정도 대화했다"며 서로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 대표도 (거취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사퇴하더라도) 모양새가 괜찮아야 하는 건데 이건 맥락 없이 (당정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 대통령이 출장 갈 때 일 처리를 마치려는 걸로 보이면 (안 되고) 이게 관행, 버릇처럼 되면 큰일 난다. 차분하게 생각하라"고 조언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명예를 중시하는 분이다. 지금 시점에서 자리에 집착하는 사람처럼 비치는 상황 자체가 하루라도 지속하면 화가 난다는 입장이었다"라며 "이미 억울한 일은 당한 거고, 대신 무책임해지지 마시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거취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와 만난 직후 김 대표는 당대표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당대표에 당선된 지 9개월만이다.
한편 공식 일정 없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던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많은 분들께서 만류하셨지만,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는 너무나 절박한 역사와 시대의 명령이기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反求諸己: 어떤 일의 결과를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의 심정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비대위원장으로는 원희룡 국토해양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