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초등학교 학부모 채팅방에서 살해 협박 글을 올린 10대 고등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협박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고 있는 A 군은 13일 오후 2시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교복을 입은 채 포승줄로 묶인 모습으로 인천지법 영장 심사장에 등장했다.
이날 A 군은 취재진에게 "살해 협박 글 올린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을 받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 "피해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죄송하지 않냐"라고 묻자 "피해자들께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A 군은 지난 11일 오전 9시 35분 인천 서구 한 초교 학부모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등하교 할 때 아이들 모두 죽이겠다"라는 내용의 협박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고 이후 경찰은 수사를 벌여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을 통해 당일 오후 8시경 충남 논산 주거지에서 A 군을 체포했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오픈 채팅방에서 가장 상단에 노출된 단톡방에 들어갔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찰 조사에서 "악의는 없었고 장난으로 글을 올렸다. 겁이 나서 단톡방에서도 바로 나왔다"라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A 군에게 살인예비나 사회적 불안감 조성으로 경찰력을 낭비하게 하는 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살인 예비 죄란 실제 살인에 착수하지는 못했으나 살인 대상을 특정하고 범행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있을 경우 적용되며,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협박죄와 비교했을 때 처벌 수위가 훨씬 높다.
정부는 최근 살인 예고 글을 올린 게시자에게 천만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수색과 검거 등에 투입된 경찰관 인건비, 차량 유류비 등 공권력 낭비로 인해 초래된 혈세 상당액의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8월 5개 공항 테러 글이 게시된 후 사건 접수부터 검거까지 경찰관과 기동대 등 571명이 투입됐고 수당 및 차량 유류비 등 3200만 원이 지출된 바 있다.
또 프로배구 선수단 상대 살인 예고 글 사건은 경상북도 경찰청 소속 경찰관 및 기동대 등 167명이 투입됐고 수당과 차량 유류비 등 약 1200만 원이 지출됐다.
이에 정부는 온라인 살인 예고 글에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런 민사소송이 10대 피해자에게 제기될 경우 결국 주의 관리 감독을 하지 못한 부모가 책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