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계약을 맺었지만 과도한 지연지급으로 논란에 휩싸인 오타니 쇼헤이가 아예 연봉 전액을 10년 뒤에 받겠다는 의견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타니 쇼헤이는 지난 10일(이하 한국 시각)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33억 원)에 달하는 역사적인 계약을 맺었다. 이는 마이크 트라웃(에인절스)의 12년 4억 2650만 달러(약 5626억 원)을 넘어서는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계약일 뿐만 아니라, 리오넬 메시의 5년 6억 7400만 달러(약 8890억 원)을 뛰어넘는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대 계약이다.
하지만 오타니가 지급 유예 조항에 따라 연봉의 97%에 해당하는 금액을 10년 뒤에 수령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꼼수 논란이 일었다.
총액 기준 9200억 원짜리 초대형 계약을 맺고도 향후 10년 동안 연봉을 매년 26억 원씩만 받고 나머지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나눠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조항은 오타니가 구단 측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금을 덜 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타니가 은퇴 후 미국을 떠나면 캘리포니아주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세금은 미국에서 가장 높다. 연방소득세 3300억 원을 내더라도 주 세금 1240억 원은 면제받을 수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네티즌들은 "오타니 때문에 세법 바뀌겠네. 연방세는 그대로 낸다니 미국 정부가 가만있으려나", "절세는 무슨ㅋㅋㅋㅋㅋ편법이지", "스포츠 선수가 저런 꼼수를 쓴 게 더 실망임", "우리나라였으면 욕 많이 먹었을 듯" 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오타니의 결정은 오직 팀을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12일 오타니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관계자의 말을 빌려 그가 과도한 연봉 지연지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보도했다.
오타니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네즈 발레로에 따르면 오타니는 "내가 갈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내 모든 연봉을 지연지급으로 받으면 어떨 것 같냐"라고 제안했다.
매체는 "발레로는 메이저리그 노사단체협약(CBA) 조항을 살펴봤다. 선수가 연봉을 얼마나 지연지급을 받을 수 있는지 제한하는 조항은 없었다. 유일한 조항은 선수가 최저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것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오타니가 다저스의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사치세 기준으로 잡히는 연봉을 줄이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치세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영입에 일정 금액을 초과할 때 내는 금액이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영입으로 해마다 약 600억 원의 사치세를 내야 했지만 연봉 후불제로 큰 부담을 덜었다.
매체는 "사치세 기준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오타니의 10년 7억 달러 계약은 사치세 기준에서 연간 4606만 달러(약 608억 원)로 계산될 것이다. 지연지급이 없었다면 7000만 달러(약 923억 원)로 계산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타니는 연봉을 지연지급으로 받는 대신 절약한 돈을 팀에 투자하기를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매체는 "다저스와 오타니의 협상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오타니가 계약서에 다저스에 지연지급으로 얻는 이득을 팀 전력 보강에 사용하겠다는 구체적인 조항을 원했다고 밝혔다. 발레로는 그러한 구체적인 조항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