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봄'이 흥행하면서 전두환의 호를 딴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의 명칭 변경 논란이 재점화됐다.
합천군은 2004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공원을 열었으나, 2007년 합천이 고향인 전두환의 호 '일해(日海)'를 따서 이름을 일해공원으로 개칭했다.
당시 시민·사회단체와 5·18 관련 단체들은 전두환이 유혈 사태를 지시한 독재자란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합천군은 합천 군민 1364명을 대상으로 한 명칭 변경 설문조사에서 절반(51.1%)이 찬성했다는 결과를 근거로 명칭 변경을 강행했다.
공원의 입구엔 전두환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그 뒷면에는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표지석을 세웁니다'라고 적혀 있다
일해공원은 개칭 당시부터 현재까지 공원 명칭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단체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2021년 일해공원 명칭 변경에 대한 주민 열망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1500여명의 군민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합천군은 "현 일해공원을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제정하는 게 적합하지 않다"며 부결한 바 있다.
최근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인기를 끌면서 개칭 요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운동본부 측은 "영화 개봉 이후 전두환씨를 비롯한 신군부에 분노를 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국민 세금을 들여 만든 공원을 지금처럼 편향적인 이름으로 놔두는 건 시대착오적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합천군은 내년 상반기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제3의 기관을 통해 군민 의견이 명칭에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1년 도내 6개 지역 언론사가 공동 의뢰한 군민 여론조사에서는 '명칭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49.6%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40.1%)를 앞섰다. '잘 모름·기타' 응답은 10.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