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에서 한 관계자의 발언이 눈길을 끈다.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이태원 참사 관계자들의 재판을 열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 대상이었다.
이날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은 증인심문 시간에 "압사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 역시 참사 관련 적절한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유 전 부구청장은 "압사사고가 날 것을 예상했다면 그렇게 대응했겠느냐"며 "예상했으면 군대라도 동원했겠지만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핼러윈을 앞두고 구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안전사고 예방 노력을 당부했던 데 대해선 "안전사고는 시설물에 의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인파가 몰려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선 이전에도 계획을 세우고 대비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회의에서 "매번 핼러윈 때 현장에 나갔는데 그때도 많은 사람이 와서 밀려날 정도였다. 세계음식거리 쪽이 그랬다" 등의 발언을 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장소 등을 특정했다는 지적에도 "그곳뿐 아니라 이태원은 평소 주말에도 사람이 많고 금∼일 저녁 8∼9시에 사람이 몰리니 주의해서 살펴보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유 전 부구청장은 이전부터 용산구청은 대응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했고 인파 관리는 경찰의 업무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행정청에서 하는 건 시설물에 부딪히거나 과거에 있었던 지하철 환풍구 낙하사고 등에 대한 대비이지 전혀 그것(압사사고)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이 몰려서 질서가 문란해지고 하는 건 행정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핼러윈 때 구청이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경찰이 이미 자체적으로 인력 배치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