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맘카페를 중심으로 소아과 오픈런의 현실을 알 수 있는 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 맘카페 회원 A 씨는 "소아과 한번 가기 힘드네요"라며 "오픈런을 했는데도 대기자가 100명이 넘고 3시간을 기다렸다"라고 전했다. 이어 "요즘 주변에 소아과가 많이 없이지는 것 같다. 아기가 아프면 더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 의료 관계자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과 관련해 "일부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 타임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밤새 아픈 아이를 둘러업고 뜀박질해 병원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부모들을 입장에서는 상처 받을 수 밖에 없는 발언이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는 고가의 명품이나 무언가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이 열자마자 뛰어가는 오픈런은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의한 것이나 소아과 오픈런은 가뜩이나 소아과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일 수 밖에 없다.
상황은 다른 부모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맘카페 회원 B 씨는 "아침 오픈런 했는데 똑닥 앱으로 해도 대기자가 90명이네요"라고 했고 C 씨는 "기침 하는 아이 때문에 주말 새벽 6시 40분부터 소아과 오픈런 했어요"라고 전했다.
진료 예약 앱 '똑닥'의 경우에도 월 1000원 유료 요금을 내야 하지만 오전 9시가 되면 당일 진료를 받으려는 부모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1~2초를 앞다투는 상황에서 조금만 늦어도 대기번호가 금세 100번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문제는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갈수록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이달 4~6일 수련병원 14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 지원 결과'를 발표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205명에 53명이 지원했고 지원율은 25.9%로 가장 낮았다.
서울 ‘빅 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은 17명 모집에 15명이 지원했고, 삼성서울병원은 9명 모집에 7명이 지원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0명을 모집에 단 한 명의 지원자가 없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원자 수가 ‘0명’이다. 서울아산병원은 10명 모집에 12명이 몰렸고, 서울성모병원도 4명 모집에 4명이 지원해 정원을 채웠다.
이는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수년간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부 의사들은 소아청소년과 기피 이유로 위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지난 2017년 신생아 4명이 사망하자 한 병원 의료진을 검찰이 기소한 것을 계기로 기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현재 소아과 수가 일본, 미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라며 "민형사 책임에서 의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의료사고특례법 등도 적극 검토해야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자는 많은데 소아과를 지원하는 젊은 의사들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소아환자 진료 공백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당장 소아 진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개개인이 호흡기 감염병 예방에 더 신경을 쓰는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특히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는 겨울철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불편하더라도 마스크 착용을 더 철저히 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