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이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극 중 실존 인물들의 근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의 봄'은 12.12 군사 반란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김의성, 안내상, 정해인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실존 인물들과의 높은 싱크로율로 극의 몰입도를 고조시키고 있다.
12.12 군사 반란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암살로 유신 체제가 막을 내린 뒤 같은 해 12월 6일 최규하 권한대행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2월 12일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수도 서울에서 일으킨 쿠데타를 말한다.
황정민은 전두환이 모티브가 된 전두광 역을, 정우성은 장태완 장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물인 이태신 역을 연기했다. 박해준은 전두광과 군사 반란을 주도하는 노태건 역을 맡았다. 노태건 역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모티브가 됐다.
'서울의 봄'에 나온 실존 인물들의 근황을 모아봤다.
▲ 장태완 수경사령관 (정우성, 이태신 역)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 역은 장태완 수경사령관이다. 그는 12.12 군사 반란 때 보안사에 체포돼 고문을 받기도 했다.
이후 장태완 장군의 가족들에게는 비극이 찾아왔다. 아들이 보안사에 끌려가는 모습을 본 부친은 화병으로 사망했으며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아들은 행방불명 한 달 만에 지방의 야산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12.12 군사 반란 이후 아버지와 아들을 모두 잃은 장태완 장군은 전두환 정부 시기에 공기업 사장 자리를 제안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열린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장태완 장군은 생전 12.12 군사 반란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정계를 은퇴하고 지난 2010년에 사망했다.
▲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이성민, 정상호 역)
이성민이 연기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은 12.12 군사 반란 이후 열린 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동시에 17계급 아래인 이등병으로 강등됐다. 이때 군인 연금 수급권도 박탈돼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전두환 정부 이후 들어선 노태우 정부 때 복권 돼 육군 대장의 자격을 되찾았고 박탈됐던 급여와 군인 연금도 수령하게 됐다.
정승화 총장은 지난 2002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향년 73세로 사망했다.
▲ 정병주 특전사령관 (정만식, 공수혁 역)
'서울의 봄'에서 신군부 세력에 끝까지 맞서는 모습으로 그려진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12.12 군사 반란 때 수십 년을 함께 한 부하들의 배신으로 체포 과정에서 총상을 입었다.
장태완 장군이 전두환 정부 때 공기업 사장으로 임명된 것과는 다르게 정병주 사령관은 신군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정 사령관 역시 군인 연금을 수급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12.12 군사 반란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해오다 지난 1989년 경기도 양주시 송추계곡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정부는 정 사령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을 내렸으나 장태완 장군 등은 정 사령관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 노재현 국방부장관 (김의성, 오국상 역)
노재현 국방부장관은 12.12 군사 반란 당시 신군부에 회유당해 정승화 총장 체포에 동의하고 장태완 장군의 항복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봄'에서도 그의 행적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노재현 장관은 박정희 정부 때 육군참모총장과 합동참모본부의장까지 지내고 대장으로 전역한 최고위급 출신 군인으로 12.12 군사 반란 이후 공기업 사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 2019년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