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2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판결이 9일 확정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상고 기한인 이날 0시까지 상고장을 내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 황성미 허익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배소 2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1심은 주권 국가인 일본에 다른 나라의 재판권이 면제된다는 이유로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끝내는 '각하' 판단을 내렸으나, 2심은 이를 뒤집고 "국제관습법상 일본 정부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해야 한다"며 일본이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판결을 25일 0시부로 공시 송달했고, 상고 기한인 2주 내에 일본이 상고장을 제출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공시 송달이란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송달할 수 없을 때 법원 직원이 송달 서류를 보관해 두고 이를 받을 사람이 나타나면 교부한다는 형태로 공개적으로 게시하면 송달이 이뤄졌다고 간주하는 제도다. 외국에 송달이나 촉탁을 할 수 없을 때 등에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2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 상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그간 국내에서 진행된 위안부 관련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 2021년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차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일본이 항소하지 않아 원고 승소한 1심 판결이 확정됐다.
판결이 확정됐으나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피해자 측이 압류할 수 있는 일본 정부의 재산을 찾아내 법원에 강제 처분을 신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