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올해의 한국영화 톱 10을 발표했다. 이동진은 6일 유튜브 채널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2023년 한국영화 톱 10 목록을 발표했다.
10위는 ‘잠’이다. 유재선 감독이 연출한 ‘잠’은 자는 동안 이상행동을 보이는 남편 현수(이선균)를 고치기 위해 분투하는 아내 수진(정유미)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공포물이다.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신인감독상, 편집상을 수상했다.
9위는 ‘비밀의 언덕’. 이지은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초등학교 5학년 소녀 명은(문승아)이 글쓰기 대회에 나가 숨기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영화 저널리스트 정유미는 이 영화에 별점 4개(5개 만점)을 매겼다. 그는 “2023년에도 올해의 영화, 올해의 데뷔작으로 꼽을 만한 수작”이라고 평가한 뒤 “1990년대 중반이라는 시대 배경과 글짓기를 소재로 주제와 인물, 이야기를 그러모으는 각본과 연출이 발군이다. 아역배우 문승아와 장재희의 또랑또랑한 연기도 극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8위는 ‘화란’이다. 김창훈 감독이 연출을,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이동진은 이 영화에 별점 3개 반을 매기며 “웅크려 늪의 일부가 된 소년과 발버둥쳐 굴레를 벗으려는 소년의 진한 탄식의 2중주”라고 평가한 바 있다.
7위는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서울의 봄’이다. 이 작품은 1979년 전두환과 노태우가 주도한 12·12 군사 쿠데타를 다룬다. 7일 현재 관객 52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작품이다. 대중과 평론가가 함께 열광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주목을 모은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관객 평점 9.5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평론가들도 최소 별점 3개를 매기며 호평하고 있다.
6위는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우리의 하루’다. 홍상수의 30번째 장편영화인 이 작품은 라면에 고추장을 넣어 먹는 습관 등의 공통점을 가진 40대 초반 여자와 70대 남자에게 각자 방문객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기주봉과 김민희가 주연을 맡았다. 김민희는 제작실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폐막작이다.
5위는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거미집’. 1970년대를 배경으로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 감독(송강호)이 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을 새로 찍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화를 담았다. 영화 저널리스트 정시우는 이 작품에 7점(10점 만점)을 매기고 “시나리오 사전 검열이 자행되던 1970년대가 배경이지만, 예상과 달리 <거미집> 전반에서 감지되는 건 엄혹한 시대 분위기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뜨거운 창작열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4위는 최승연 감독의 ‘스프린터’다. 은퇴만 남은 신기록 보유자 현수(박성일), 최고의 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정호(송덕호), 유망주였지만 팀 해체 위기에 놓인 준서(임지호). 이렇게 달리는 이유는 달라도 목표점은 하나인 3명의 스프린터가 다시 출발선에 서기까지의 녹록지 않은 처지를 보여준다. 평이 박하기로 유명한 영화평론가 박평식은 별 3개 반을 매기며 “갖은 욕망이 굳은살 박인 인간의 트랙”이라고 평가했다. 이동진도 같은 점수를 매겼다. 그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경기장에서는 모든 선수들의 그림자가 길다”라는 평을 남겼다.
3위는 ‘절해고도’. 김미영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부산국제영화제 비전 부문에 초청돼 한국영화감독조합 메가박스상을 수상했다. 미술의 세계를 떠나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던 조각가 윤철(박종환)이 딸 지나(이연)와 연인 영지(강경헌)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변화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을 받았다. 영화평론가 이용철은 “박종환의 마지막 표정은 가히 경이롭다, 무얼 생각했을까”라면서 7점을 매겼다.
2위는 영화평론가들이 너도나도 올해의 영화 중 하나로 꼽는 ‘괴인’이다. 오진우가 10점 만점을 매기며 “새하얗게 질린 한 남자의 머릿속”이라는 평을, 김소미가 9점을 부여하며 “번뜩이는 관찰, 직관, 모호함으로 우리를 깨운다”라는 평을, 이우빈이 9점을 주며 “괴이한 관찰력으로 만든, 내용도 형식도 명확하게 동시대적인 영화”라는 평을 남겼다. 이정홍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괴인’은 운전을 하던 목수가 자신의 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우연히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현대 사회 속에서 일상적인 순간들이 어긋나며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다. 27회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뉴 커런츠상, 넷팩상, 크리틱b상, KBS독립영화상)에 빛나는 작품이다.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폴란드 파이브플레이버스아시아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이동진이 1위로 꼽은 작품은 ‘너와 나’다. 배우이자 래퍼 매드 크라운의 친동생으로 유명한 조현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 조석봉 역을 맡아 신들린 연기력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조현철 감독이다. '너와 나'는 사랑에 서투른 사춘기를 겪고 있는 두 여고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세월호 참사와 퀴어 소재를 조합했으면서도 소재를 소모하지 않는 뚝심이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은 9점을 매기며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세미와 하은, 두 친구가 수학여행 전날 겪는 하루의 이야기. 서로 마냥 좋은 친구 사이의 우정과 사랑, 그럼에도 다 털어놓지 못하는 속마음, 친구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했던 미안함, 진심을 전하는 화해 등 두 주인공 사이의 사연이 이어진다. 이 이야기만 놓고 보면 친구 사이의 소소한 감정에 대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세월호’라는 맥락 속에서 바라보면, 이 작품의 모든 디테일과 대사와 관계가 주는 울림은 거대하게 증폭된다.” 이동진은 "그 흔한 사랑해라는 말을 이처럼 간절하고 사무치게 전하는 영화가 또 있을까"라면서 별점 4개를 부여했다. 11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무주관객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