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으로 전두환이 주도한 군사반란이 새삼 관심을 받는 가운데 전두환 일가가 1조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전두환 손자인 전우원씨의 폭로로 전두환에 내지 않은 추징금을 끝까지 추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이 집권하며 기업 등에서 거둬들인 돈은 확인된 것만 9500억원이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1980년대에 은마아파트가 5000만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전두환은 1997년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청구받았다. 전두환은 돈이 없다며 추징금 922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전두환 유족은 물려받은 돈이 없어서 추징금을 대신 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6일자 JTBC에 따르면 전두환 일가는 1조원대 부동산 사업을 몰래 벌였으며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찰은 전두환으로부터 추징금을 받기 위해 2013년 특별 환수팀을 만들었다. 당시 장남인 전재국씨가 갖고 있던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 부동산을 압류하고 미술품 등을 확보하는 등 ‘눈에 보이는 재산’을 압류했다. 하지만 나머지 922억원은 추징하지 못했다. ‘눈에 안 보이는 재산’을 압류하지 못했기 때문.
방송에 따르면 출판 도매업을 하는 전재국씨는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2014년 경기 일산 주엽역 인근에 오피스텔을 지었고, 2019년엔 분양 직전 시행사를 팔아 땅값만 550억원을 받았다. 같은 시기 베트남에선 예상 총매출이 1조 4000억원인 부동산 사업까지 추진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검찰 환수팀은 전두환 일가가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벌인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당시 수사팀에서 일한 검사 매체 인터뷰에서 추적은 많이 했지만 꽉 잡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역시 당시 수사팀에서 일한 다른 검사는 전재국씨가 해외와국내에서 부동산 사업을 벌인 사실을 알고있었느냔 물음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사팀을 지휘한 부장검사는 "조력자가 많았다는 건 알았지만 해외 부동산 사업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는 지난 3월 “아버지(전재용)와 새어머니(박상아)가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하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JTBC 인터뷰에선 “최소 몇백억원 되는 자산이 할아버지 손주분들께 분명히 상속됐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는 전두환이 사망하면서 추징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두환이 상속한 재산을 추징할 수 있게 하는 ‘전두환 추징 3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법은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전두환이 저지른 짓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의 봄’은 12ㆍ12사태를 다룬다. 12ㆍ12사태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ㆍ노태우 등이 주동하고 군부내 사조직인 하나회가 중심이 된 신군부 세력이 일으킨 군사쿠데타다. 영화에서 황정민이 분한 전두광이 바로 전두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