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전격 회동해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을 일단 봉합했다.
회동은 이날 오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20분가량 진행됐다.
회동에서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갈등의 이유였던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혁신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김 대표는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달라"고 했고, 인 위원장은 "오늘 만남을 통해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 의지를 확인했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들은 당의 혁신과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인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장 제안은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충정에서 한 말이라고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천관리위원회나 선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들이 있어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인 위원장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임 있는 분들의 희생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면서도 김 대표에게 적극적으로 반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혁신위가 절반의 성과를 만들어냈다면, 나머지 절반의 성공은 당이 이뤄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실상 지도부 입장을 수용해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짧은 회동이었으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게 배석자들의 전언이다. 인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하면 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서도 와전됐다고 김 대표에게 해명했다고 한다.
이날 두 사람이 만나 갈등을 봉합한 데에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지도부와의 오찬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 국면에서 사실상 김기현 지도부의 면을 세워 주는 모습을 보인 뒤 양측을 다독이는 모종의 메시지를 보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혁신위는 결국 그간 강하게 주장해 온 혁신안 최고위 의결을 관철하지는 못했으나, 지도부와의 갈등 봉합을 통해 '희생' 혁신안에 막혀 있던 활동 공간이 넓어진 측면이 있다.
김기현 지도부는 일각에서 제기돼 온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설을 잠재우고 총선 준비에 속도를 낼 여건을 마련하게 됐다.
현재로서는 양측 모두 정면충돌이라는 파국은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등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인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 일정은 이번 목요일 회의에서 당무 일정을 감안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공관위 발족 등 당 총선 체제 전환 전 혁신위 조기 해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정해용 혁신위원은 기자들에게 "혁신위가 6호 혁신안을 던지고 지난주에 벌써 분위기가 싸해졌는데, 이렇게 끝나버리면 황당하지 않느냐"며 "그래서 인 위원장이 (지도부와의 갈등을) 이렇게 잘 봉합하고 내일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 입장과 별개로 7일 혁신위 전체회의에서 '강경파' 혁신위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혁신위 조기 해산을 7일 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혁신위원은 "내일 가봐야 안다.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