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벙커 끝까지 지키다가 사살당한 병장…이제서야 모교 졸업장 받는다

2023-12-06 21:22

조선대 전자공학과 학생이었던 고 정선엽 병장

조선대가 고 정선엽 병장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

6일 조선대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육군본부 벙커를 끝까지 지키다가 반란군 총에 맞아 숨진 고 정선엽 병장에게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영화에선 조민범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정 병장은 1977년 조선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정 병장은 입학 직후 바로 입대했는데 국방부 헌병으로 복무하다 제대를 얼마 앞두지 않은 1979년 12월 13일 새벽 지하 벙커에서 초병 근무를 서다 반란군의 총에 맞고 사망했다.

정 병장은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차장을 필두로 장성급 장교들이 모두 도망친 상황에서도 홀로 남아있던 김준엽 헌병감과 함께 육군본부를 지키고 있던 헌병대 병사 중 한 명이었다.

다른 헌병대들은 장갑차를 몰고와 선제사격을 가하는 반란군들에게 제대로 저항조차 못했지만, 정 병장은 반란군들이 B2 벙커 문앞까지 들이닥쳣을 때도 끝까지 총을 놓지 않고 저항했다.

그는 12·12 군사 쿠데타에서 병 계급 등장인물 중 작중 이름이 밝혀진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조선대는 정 병장의 유족에게 연락을 취하는 한편, 단과대 교수회의 등을 거쳐 명예졸업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명예졸업장은 빠르면 다음 해 1월쯤 수여될 예정이다.

조선대는 "반란군을 막기 위해 스러져간 정선엽 병장의 참된 군인 정신을 기리고자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에 나온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도 조선대 출신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조선대에선 영화 촬영도 이루어졌다.

조선대 본관 복도에서는 이태신 역의 정우성과 전두광 역의 황정민이 대치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지하대피소는 육군본부 B2벙커로 사용됐고, 본관 중앙계단은 4공수 대원들이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러 가는 길목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