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막을 내린 2023시즌 프로축구 K리그1에선 최하위를 피하기 위한 강등권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졌다.
파이널B 마지막 경기가 열린 2일까지 10∼12위 주인공이 결정되지 않아 '다이렉트 강등' 팀도 최후의 순간에 가려졌다.
그 당사자가 '전통의 명가'이자 인기 구단인 수원 삼성이라 축구계에 남겨진 충격파는 상당했다.
치열했던 한 시즌을 떠나보내는 리그 시상식이 열린 4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만난 수원의 19세 공격수 김주찬도 아직은 슬픔을 떨쳐내지 못한 표정이었다.
김주찬은 "팀의 일원으로 죄송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제게도 책임이 있는데, 팬들께서 잘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2004년생으로 올해 입단한 신인인 김주찬은 강등권을 헤매던 수원에 희망을 안긴 존재였다.
5월 24일 대구FC와의 대한축구협회(FA)컵 16강전에서 프로 데뷔골로 1-0 승리를 이끌어 이름 석 자를 알렸고, 리그에서도 5골을 터뜨리며 활약했다.
특히 수원이 7월 15일 선두 울산 현대를 3-1로 잡고 9경기 무승에서 벗어날 때, 7월 22일 강원FC를 2-1로 꺾고 시즌 첫 연승을 거둘 때 모두 그의 득점포가 있었다.
이후에도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수원이 결국 최하위와 2부 강등이라는 결과를 받아 든 가운데 김주찬은 시즌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이름을 올려 수원 선수 중 유일하게 이날 시상식에 개인상 후보로 참석했다.
김주찬은 "마지막에 팀의 결과가 좋지 않았으나 개인적으로 1년 차에 이런 결과를 낸 것은 만족하고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면서 "시상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19세 신예 공격수가 남긴 5골이 이번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이라는 건 올해 수원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김주찬은 "팬들의 큰 기대를 받는 상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 걸 의식하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주어진 시간에 최선만 다하자고 생각했다"면서 "'누가 뭐래도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하자,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외부의 반응은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보다 더 안 좋은 결과는 선수 생활에서 없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매우 힘들지만, 지나고 나면 제 축구 인생의 약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원이 어려울 때 임시 사령탑을 맡아 분투한 염기훈 감독대행을 롤 모델로 꼽은 김주찬은 염 대행에게 각별한 고마움도 전했다.
"축구를 염 대행님 때문에 시작했고, 그분을 보며 축구 인생을 키워왔다. 선배로서, 감독으로서 많은 말씀을 해주셔서 무척 감사했다"고 말했다.
'팀이 필요할 때 해주는 선수'로 각인되고 싶다는 그는 "내년에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 2년 차를 앞두고 동계부터 잘 준비해야겠다고 느낀다"면서 미래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