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부작용으로 고통받던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동의서를 썼더라도 수술 당일에 설명을 들었다면 병원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재판부는 수술 이후 극심한 통증과 탈모로 인해 모발이식을 받고 직장까지 그만 둔 A 씨에게 의사 B 씨가 수술 당일 동의서를 고지해 환자가 숙고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었다고 볼 수 없다며 위자료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 씨는 2020년 6월, 한 성형외과에서 얼굴 피부를 당기는 안면거상 수술을 받았다. 수술 이후 극심한 통증과 함께 탈모 증상이 시작됐고 점점 심해지는 탈모로 직장까지 그만둬야 했다. 결국 모발 이식까지 받아야 할 상황이 되자 해당 성형외과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의사가 성형 수술을 잘못해 부작용이 발생했고 수술 전에 영구 탈모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수술 과정에서 의료상 과실은 없었고 영구 탈모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사가 설명은 했다고 본다. 하지만 수술 당일 동의서를 받으면서 부작용을 설명했던 것이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가 이미 수술을 고려해 개인 일정을 조정하는 등 사전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이었기에 당일에 설명을 들었단 이유로 쉽사리 수술을 취소하기는 어려웠을 걸로 보인다"며 A 씨에게 위자료 300만 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SBS뉴스 보도에 따르면 원고 측 대리인 김진영 변호사는 "성형외과에서는 대부분 수술 당일에 부작용에 대해 기계적으로 문구만 읽어주고 동의서를 받는다"며 "당일 동의서에 간단히 고지하는 걸로 의사가 설명 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 현행법은 의사에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명확하게 정해둔 규정은 없어 재판부마다 판단이 다르다. 이번 판결은 적어도 '수술 당일'은 수술 위험성 등에 대해 환자가 숙고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기존 관행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