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오는 4일 중폭 이상 개각을 단행한다. 개각 명단은 비정치권 인사들 위주로 꾸려질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정치인 출신들이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이유로 대거 후보군에서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관료·학계·전문가 출신 인사들이 내각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나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등으로 어수선해진 내각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포함한 국정 과제에도 속도를 내야 하는 점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 대상으로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해양수산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고용노동부 등이 유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방문규 장관이 출마할 경우 개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방 장관은 여권 인사들로부터 고향인 수원 지역구 출마를 강력 권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장관에 취임한 지 3개월여밖에 안 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임에는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뒤를 이어서는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유력한 가운데 심교언 국토연구원장도 여전히 물망에 있는 상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으로는 송상근 전 해수부 차관과 선장 출신 교수로 유명한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거론된다.
정황근 농림부 장관과 방문규 산업부 장관 후임에는 각각 여성인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우태희 전 산업부 2차관이 거론된다.
최근 총선 출마를 확정 지은 이영 중기부 장관 후임으로는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더불어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노동부 장관에는 노동경제학을 연구해온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과기부 장관에는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 총장과 유지상 광운대 총장 등이 거론된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맞물려 이번 유치전을 주도해온 박진 외교부 장관도 개각 대상에 포함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총선 출마가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후임 인선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연말·연초에 '원포인트'로 인선을 단행하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강력·특수통 검사 출신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비롯해 길태기·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이 검증 대상에 포함됐다.
중앙부처 19개 장관 중 7∼10명이 교체되는 '중폭 개각'인 만큼 윤 대통령도 주말인 이날 공식 일정을 비워둔 채 막판 고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인선 작업의 속도에 따라 이번 주 후반을 포함해 개각을 두차례 나눠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최종 검증 과정에서 일부 교체된 인사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22일 이동관 위원장이 탄핵안 처리 전 전격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방통위원장의 경우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인선이 추진된다.
판사 출신인 이상인 현 방통위 부위원장과 서울고검장 출신인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등이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된다.
관련 현행법을 정교하게 다뤄야 하는 규제기관 특성상 법률가 출신이 새롭게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총선을 앞둔 방통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정도의 무게감과 네트워크를 지닌 언론인 출신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점에서 방송사 간부 출신인 홍상표·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함께 김장겸 전 MBC 사장,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이목희 전 서울신문 상무이사 등이 거명된다.
일부 차관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장미란 문체부 2차관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로 나서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에 따라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이영표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후임 검증 절차를 밟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사회수석으로 이동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나 총선 출마를 타진한 박성훈 해수부 차관 후임 등도 조만간 인선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