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함께 주류를 주문한 손님에게 규정대로 신분증을 요구했다가 폭행당한 배달원의 모습이 공개됐다.
당시 눈 주변 뼈가 부러질 정도로 맞았다는 배달원은 얼굴이 온통 멍투성이였다.
JTBC 시사 프로그램 '사건반장'은 지난 27일 방송을 통해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배달 기사 폭행 사건을 다뤘다. 생계를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20대 취업준비생이 주먹을 휘두른 손님에게 맞아 전치 6주 수준의 상해를 입은 일이다. (관련 기사 보기)
피해를 당한 배달원 A 씨는 직접 '사건반장'에 이 일을 제보, 당시 상황과 현재 상태에 대해 알렸다.
A 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1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손님이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과 소주 3병을 들고 배달을 갔다.
집 앞에 도착하자, 40~50대로 보이는 남성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고, 중년으로 보이긴 했으나 배달 규정상 주류 주문 시 무조건 대면으로 신분증을 확인해야 하는 탓에 A 씨는 이 손님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손님은 "아저씨 나한테 지금 시비 걸어요?"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A 씨는 "죄송한데 저희가 신분증을 무조건 확인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서 보여주셔야 한다"라고 사정을 설명, "시비를 거는 게 아니다"라며 신분증 확인을 재차 요구했다.
이에 욕설을 퍼부은 손님은 급기야 A 씨를 세게 밀쳐 넘어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왜 때리시는 거냐. 내가 무얼 잘못했냐"며 "저는 규정대로 해야 할 뿐이고, 손님한테 시비 걸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왜 밀치시냐.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112에 전화를 걸어 폭행 사실을 알렸다.
'현장에 바로 출동하겠다'는 경찰의 답을 듣고 A 씨가 전화를 끊자, 손님은 "신고 다 했냐? 그럼 맞아야지"라며 갑자기 공격했고, A 씨는 눈 주변을 주먹으로 맞으면서 바닥에 쓰러졌다고 한다. A 씨가 웅크린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데도 이 손님은 주먹과 발, 무릎 등을 써서 구타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후 현장에 경찰이 도착했을 때, A 씨는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경찰이 이를 보고 119에 신고했고, A 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을 휘두른 손님은 출동한 경찰과 임의동행해 경찰서로 갔다고 한다.
한쪽 눈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 A 씨는 응급실에서 왼쪽 눈 안와 골절 등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실명 위험이 있다는 의료진 소견도 들었다고 한다.
폭행당한 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면 A 씨 눈 주변부는 심한 상처가 생겼다. 얼굴 전체에 멍이 들기도 했다.
A 씨는 현재 병원비로 600만 원 정도가 들었고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폭력을 가한 손님은 "배달원이 먼저 3대를 때렸다"며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비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하필 현장엔 폐쇄회로(CC)TV도 없어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치료비를 전부 감당하기 어려운 사정상 A 씨는 배달앱(배달의민족) 측에 산재보험에 관해 문의했으나, "배달원께서 폭력을 먼저 행사한 것 아니냐?", "(산재는) 알아보겠다"고 하고 아직 아무런 연락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다.
이 일과 관련해 '사건반장' 측은 배달앱을 통해 주류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이 본질적으로 사건의 시발점이라고 봤다.
패널인 백성문 변호사는 "A 씨는 규정에 따랐을 뿐"이라며 "현재 (손님이)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몸에 남은 상처가 1차 증거가 될 것이고, 임의동행 당시 손님의 몸 상태,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등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쉬운 점은 배달앱 측과 A 씨의 고용 관계에 대해선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배달원으로 운영되는 회사 특성상 배달원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줘야지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현재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한편 배달의민족 측은 29일 위키트리에 A 씨 주장은 사실과 일부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처음 배달원 A 씨 연락을 받고 우선 위험 지역에서 빠르게 벗어나실 것과 음식비용은 당사 부담하겠으니 배달 수행을 중단하시고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실 것을 안내했다"며 "이후 폭행 상황 확인 및 보험 관련한 안내를 진행했고, 세 번째로 연락을 드려 상황 확인과 가해자 측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파악했다"고 전했다.
또 "이후 통화에서 산재 신청에 대해 안내했다. A 씨가 산재 신청을 직접 해야 하는지 문의했고, '신청 자체는 본인이 해야 하고 나머지는 당사가 처리한다'고 산재 관련 지원 사항을 안내해 드렸다. 당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심리 케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 발생 후 총 다섯 번의 소통 과정이 있었고, 당사는 사실관계 확인, 산재 처리 과정 안내, 후속 지원 사항 안내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