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할인 받고 예뻐지자”…수험생 해방감 노린 성형광고 봇물

2023-11-26 13:53

'수험표 할인' 성형외과 광고 의료법 위반 소지…당국 단속은 미미

"수능 끝나면 성형하려고 그동안 알바해서 돈을 많이 모아놨는데, 마침 수험표 할인도 해준다고 하니 다음 주에 성형외과에 가서 상담받아보기로 했어요."

박모(19)양은 쌍꺼풀 수술을 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정보를 모으던 와중 '수험표 할인' 광고를 봤다고 했다.

박양은 "친구들 사이에서도 '성형은 수능 끝나고 해야 하고, 수험생 이벤트를 해주는 성형외과 위주로 알아봐야 한다'는 말이 공식처럼 떠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수능 끝 이제는 예뻐질 시간', '수험표로 이제는 예뻐지자' 같이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현혹하는 성형외과의 홍보 문구가 즐비하다.

성형외과 광고
성형외과 광고

강남언니나 바비톡 같은 성형외과 중개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수험생 할인', '수험생 특가 성형' 등의 카테고리를 아예 별도로 마련해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성형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그러나 수험표 할인을 명시한 의료광고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의료법 제56조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방법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의료법 제27조에서도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다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불특정 다수에게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험표 할인 등을 내세운 성형외과 광고에 대해 "할인 범위, 대상 등이 명확하지 않고 과도한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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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다.

복지부는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과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꾸려 불법의료 광고 실태를 점검한다.

위반상황 지도·감독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보건소가 갖지만 광고 문구마다 개별 판단이 필요한데다 인력난 등으로 적극적인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탓에 매년 수능이 끝난 직후 수험생을 유인하려는 성형 광고가 번화가와 SNS에 우후죽순 등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해방감에 들떠 섣불리 성형수술을 결정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도 과대광고를 당국이 적극적으로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칫 난립하는 할인 광고 속에 성형수술로 휩쓸리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수험생들이 '성형수술을 해야 예뻐질 수 있다'는 식의 왜곡된 미적 기준을 갖게 돼 개개인의 개성이 짓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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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능이라는 큰 이벤트를 겪은 아이들은 허탈감을 느끼기도 하고, 입시라는 목표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가진다. 지금이 가장 불안정한 시기"라며 "'성형수술을 받으면 예뻐질 수 있다'는 문구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미(美)의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수험표 할인이라는 장치 탓에 수험생들이 깊은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이런 성급한 판단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며 "자기 외모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과 외적인 면모보다 내적인 아름다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능이 끝나 수험생들이 들떠있는 때이기 때문에 성형에 관해 합리적인 판단을 못 할 수도 있다. 비단 성형수술이 아니더라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당국에서는 과대광고나 허위광고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해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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