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멀리 있는 자식보다 낫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경남 합천군 자원봉사협의회 회원 등이 지역 내 3개 면에 사는 어르신을 씻겨 주는 '목욕 봉사'가 있던 지난 20일 김용철(64) 씨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와 회원들은 이날 목욕 봉사를 끝낸 뒤 인근 식당에서 어르신들에게 갈비탕을 한 그릇 대접했다.
목욕하고 맛있는 음식까지 대접받는 어르신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났다.
식당 앞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이렇게 잘해주니까 좋습니다"하고 웃으며 말했다.
식사가 끝나자 김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 손에 떡이나 과일 같은 간식거리를 포장해 꼭 쥐여 줬다.
이 과정에서 그는 어르신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다.
김씨는 "어르신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아쉬워 활동이 끝나면 이렇게 작은 거라도 챙겨 준다"고 말했다.합천 자원봉사협의회장인 김씨는 1997년부터 27년째 어르신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26일 소개했다.
목욕 봉사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지역에 혼자 사는 어르신 340여명에게 각종 찌개 등 반찬을 만들어 나눠 준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어르신에게 도움 되고자 수시로 빨래 봉사도 한다.
가족이 외지에 나가 있는 등의 이유로 생일 축하를 받기 어려운 어르신을 위해 생신상까지 손수 차려줄 정도다.
군에서 마늘과 양파 농사를 짓는 그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꾸준히 내 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어르신에 대한 공경심을 이유로 꼽았다.
김씨는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잘살게 된 건 지금 어르신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그런 희생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천군에는 자식이 출가하고 혼자 적적하게 사시는 노인이 많다"며 "그런 어르신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고 덧붙였다.그의 봉사활동은 지역 내 용주면 이장단 회장을 맡던 1997년, 주변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처음엔 '봉사'의 개념이 생소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꾸준히 봉사해오면서 뿌듯함을 느꼈고, 지금은 활동에 더해 매년 연말마다 200만원씩 면사무소에 성금을 기탁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변했다.
그는 봉사상을 경남도지사로부터 2번, 합천군의회에서 1번 받았다.
주변 사람 추대로 합천군 자원봉사협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봉사활동에 '진심'인 김씨지만 "(봉사는) 내세우는 게 아니기에 쑥스럽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는 그저 봉사와 이웃 돕기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하면 더 좋은 일"이라고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