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1호 골을 연달아 넣어 중국에 '공한증'(恐韓症)을 떠올리게 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원정에서, 많은 중국 팬 앞에서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침착하게 잘 풀어나갔다"며 웃음 지었다.
손흥민은 21일 중국 광둥성의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2골 1도움으로 한국의 3-0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손흥민은 자신의 A매치 40·41호 골을 기록해 역대 한국 남자 축구 득점 2위인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50골)에게 9골 차로 성큼 다가섰다.
손흥민은 전반 11분에는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일찌감치 40호 골을 신고했다.
이어 전반 45분에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오른쪽 구석에서 왼발로 차올린 공을 가까운 골대 방향에서 뛰어올라 머리로 반대쪽 골대 구석을 찔렀다.
또 후반 42분에는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으로 정승현의 헤더를 돕는 등 이날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손흥민은 경기 뒤 진행된 영어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늘 승점 3을 얻을 자격이 충분했다"며 "많은 중국 팬 앞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공개된 훈련 영상에서 손흥민은 팀 동료들에게 "내일 관중이 꽉 찬다는데 우리가 어떤 축구를 하고자 하는지 플레이를 잘 보여줘서 아예 숨도 못 쉬게 만들어 주자"며 투지를 끌어올렸다.
자신이 말한 바를 스스로 지킨 손흥민은 이날 골을 넣은 뒤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 외에도 '쉿'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채 킥오프 전부터 한국을 향해 야유를 퍼부은 4만 명의 중국 관중을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침묵에 빠뜨린 손흥민의 재치였다.
또 이날 거친 플레이로 옐로카드 4개를 비롯해 19개의 파울을 범한 중국 선수들에게는 물오른 득점력으로 대응했다.
손흥민은 헤더로 이날 경기의 멀티골이자 A매치 41호 골을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세트 피스 상황은 득점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다. 다양한 옵션을 두고 훈련했다"며 "헤더로 득점해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대표팀의 '초호화' 라인업에 대해 손흥민은 "역사적으로 한국엔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기 때문에 지금의 대표팀이 역대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한국 역대 최고의 팀으로 거듭나고 싶다"며 다가올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호성적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