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사고 26세 여성 박래영 씨…21일 가슴 아픈 소식 전해졌다

2023-11-21 12:20

4명에 고귀한 생명나눔 실천하고 세상 떠나
횡단보도서 차량에 치인 뒤 뇌사 상태 빠져

방심한 운전자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가 된 20대 여성 박래영 씨가 생명나눔을 실천하고 세상을 떠났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당시 차 안에서 서류를 주우려다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박래영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박래영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래영(26) 씨가 지난달 13일 고대구로병원에서 4명에게 자신의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했다고 21일 밝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9월 18일 출근하기 위해 초록 신호에 맞춰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가해 운전자는 차 안에서 서류를 주우려다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모두 4명이 다쳤다. 가벼운 찰과상에 그친 다른 사고 피해자들과는 달리 박 씨는 병원에 이송될 때부터 의식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 씨의 가족들은 의료진의 치료에도 한 달 넘게 의식 없는 박 씨를 보며 결국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왔다는 걸 알았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에게 베풀길 좋아하는 박 씨의 뜻을 살려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경기도 안양시에서 1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생전에 밝고 활동적이며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따뜻한 심성을 가졌었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박 씨는 사람을 좋아하고 시간이 생기면 헌혈과 봉사를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의 어머니 이선숙 씨는 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래영아, 엄마가 '하늘나라 편지'(장기조직기증원 온라인 편지)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너에게 글을 쓰고 있어. 네가 그랬잖아. 파랑새 엽서를 엄마한테 써주면서 파랑새처럼 행복하게 살라고. 엄마도 파랑새처럼 살 테니까 너도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라고 말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