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홀로 거주한 가정집에서 고양이 사체 500여 구가 나왔다.
이웃의 신고가 접수돼 현장에 방문했더니 집안 곳곳이 사체로 뒤덮여 있었다.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수백 마리가 죽은 상태로 발견됐다고 뉴시스가 17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천안시 봉명동행정복지센터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의심 사례를 목격했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하고, 지난 16일 천안 지역 유기 동물 보호단체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동아이)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신고가 접수된 아파트 세대엔 할머니 한 분이 홀로 살고 있었다. 복지센터 관계자 등은 동의를 얻어 집 안에 들어갔고, 이들은 처참한 내부 상황을 마주했다.
고양이 사체가 냉장고, 옷장 등 집안 곳곳에 겹겹이 쌓여있는가 하면 신문지로 둘둘 말린 채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 배설물과 쓰레기도 뒤엉켜 여기저기에 쌓여 있었다.
확인 결과, 이 여성의 집에서 발견된 사체는 모두 그가 길에서 구조해 집에서 보살폈던 고양이들로 파악됐다.
4년 전 남편과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다 20여 마리를 구조해 집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남편과 사별하면서 더 많은 고양이를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시와 복지센터 직원, 지역 내 여러 동물 보호단체 회원들은 힘을 보태 현장을 청소하고 생존한 일부 고양이를 구조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이경미 동아이 대표는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집 안 모습은 차마 말로 담을 수 없을 만큼 비참했다"며 "신문지에 싸놓은 고양이 사체를 버린 것만 해도 300~400여 구고, 할머니 가방 등 소지품에서도 100여 마리 사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그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현장 모습이 담긴 영상 등을 공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생존해 있던 고양이 중) 화장실 천장 등으로 숨어버린 고양이들 빼고 25마리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현재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라며 "애니멀호더는 명백한 동물 학대"라고 강조했다.
한편 애니멀호더는 자신의 사육 능력을 넘어서서 지나치게 많은 수의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지칭한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저장 강박 장애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